“야스쿠니 신사 참배, 가장 천박한 추모방법”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1일 04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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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기니서 태평양戰 유골 발굴 이와부치씨

한국 강제동원 전사자만 4천690명…"정부가 유골발굴 나서야"

이와부치 노부테루(岩淵宣輝·72) 태평양전사관 대표는 최근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 등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데 대해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는 일본 정부가 전사자를 기리는 가장 천박한 방법"이라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비영리단체 태평양전사관을 이끌며 1977년부터 인도네시아령 뉴기니에서 전사자 유골 발굴 작업을 하고 있는 그는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보추협) 초청으로 지난달 29일 한국을 방문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와부치 대표는 "야스쿠니에 참배할 바에는 타국에서 돌아오지 못한 유골들을 먼저 발굴해 귀환시켜야 한다"며 "전쟁 유족의 한 사람으로서 전사자의 유골을 찾는데 일생을 보낸 사람으로서 정말 분하다"고 말했다.

그가 36년간 발굴해 귀환시킨 유골만 1만2000구에 이른다. 유골 중에는 신원을 확인하지 못한 한국과 대만 출신 전사자들이 다수 포함됐다.

이와부치 대표가 유골 발굴에 처음 나선 것은 1944년 파푸아뉴기니 국경 근처에서 연합군의 폭격으로 사망한 아버지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는 "아버지를 만나고 싶다는 열망에 시작한 일이 이렇게 긴 세월 이어질 줄 몰랐다"며 "자신의 발로 돌아올 수 없는 병사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는 것은 산 자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이와부치 대표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일제 강점기 일본 신사에 강제로 고개를 숙여야 했던 한국인들의 상처를 다시 들추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 정치인들이 야스쿠니를 참배하면서 일제 강점기 일본 신사에 억지로 고개를 숙인 한국인들의 상처를 다시 건드리고 있다"며 "조선에 1141개나 되는 신사를 세우고 참배를 강요한 부끄러운 역사가 되풀이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야스쿠니는 천황이 신으로 여겨지던 시절 천황을 위해 죽는 것을 미화하려고 만든 장소"라며 "이는 1946년 천왕이 '인간선언'을 하면서 끝났으므로 야스쿠니 참배는 아무 가치가 없고 백이면 백, 해만 된다"고 강조했다.

이와부치씨는 태평양전쟁 당시 군인이나 군속으로 동원돼 사망한 조선인 2만2000여명 가운데 뉴기니 전선에서 숨진 이가 4690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월 10여일간 뉴기니 자야푸라 일대에서 진행된 제3차 유골정보수집사업에서 처음 밝혀졌다. 김민철 보추협 집행위원장이 한국 대표로는 처음으로 사업에 참여해 한국인 유골정보 수집의 근거를 마련했다.

이와부치씨는 "한국은 정부나 민간에서 강제 동원된 전사자들의 유골 발굴 작업을 시작도 하지 않고 있다"며 "정부가 이들을 추모한다는 의미에서 책임지고 유골 조사와 발굴에 나섰으면 한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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