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비교… 학업 스트레스… 학년 올라갈수록 행복감 줄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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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만족도 초3 92.3점→중1 84.1점… 스트레스지수 초3 25.2점→중1 51점
“공부만 강조하니 친구 배려 여유없어”

“콱 죽어 버려야지. 사는 게 행복하지도 않은데….” 하성윤(가명·13) 군이 며칠 전 어머니에게 쏘아붙인 말이다. 대구에 사는 중학교 1학년 성윤 군은 원래 이런 식의 말을 하지는 않았다. 평소에는 “우리 가족이 최고”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다녔다. 또 친구를 항상 배려했다.

성윤 군은 1년 만에 크게 변했다. 걸핏하면 “우리 가족은 왜 이렇게 못살아”라고 소리친다. 그 많던 친구도 사라진 지 오래. “너 도대체 왜 그러느냐”고 주위 사람이 물어도 대답하지 않는다. 답답한 마음에 성윤 군 어머니가 하소연했다. “우리 아들 도대체 왜 이러는 건가요?”

어린이행복종합지수의 47개 세부 항목을 분석했더니, 성윤 군처럼 학년이 올라갈수록 스스로 불행하다고 느끼는 어린이가 늘었다. 특히 자기 가족에 대한 만족도가 크게 떨어졌다. 초등학교 3학년은 100점 기준으로 92.3점이지만 중학교 1학년은 84.1점에 그쳤다. 정희정 한국아동상담센터 소장은 “어린이는 나이가 들수록 자기 가족의 경제적 사회적 위치를 좀 더 객관적으로 인식하게 된다. 동시에 다른 가족과 자기 가족을 비교하기 시작하면서 만족감이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자기 가족의 사정을 남과 비교하다 보니 불만이 커진다는 말이다.

배려심도 나이가 들수록 줄었다. 초등학교 3학년은 타인을 배려하는 이타심(51.6점) 및 다른 사람과의 공감 능력(65.2점)이 전체 8개 항목의 평균(78.6점)보다 낮았다. 중학교 1학년은 더 심했다. 이타심(45.5점)과 공감 능력(58.4점)이 8개 항목의 평균(71.2점)에 한참 못 미쳤다.

전문가들은 나이가 들수록 행복도가 낮아지는 원인으로 학업 스트레스를 손꼽았다. 스트레스 지수가 초등학교 3학년에서는 25.2점이다가 중학교 1학년에서는 51.0점이나 됐다. 정 소장은 “학업만 강조하는 학교 분위기에서는 친구를 배려할 여유가 없다. 학력 경쟁으로 생기는 스트레스가 심각하니 중학교 이후 인성이 메마르는 건 예상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어린이가 성장하면서 겪는 신체 변화가 행복감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도 있었다. 정유숙 서울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요즘 아이들이 초등학교 고학년이면 이미 사춘기를 겪는다. 이때 학업 외모 이성 문제로 고민하면서 행복하다는 생각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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