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서러운 다문화 자녀들]다문화가정의 가장 포크가수 한대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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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딸 내년 학교 보내기 두려워… 다문화 얼싸안아야 행복한 나라”

포크 가수 한대수 씨(오른쪽)와 딸 양호 양. 조상호 사진작가 제공
포크 가수 한대수 씨(오른쪽)와 딸 양호 양. 조상호 사진작가 제공
‘너희는 나처럼 정체성을 찾아 방황하지 마.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하고, 바꾸려 하지 마라. 다름을 인정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강해지는 첫걸음이야.’

가수 인순이 씨(56)가 올해 초 에세이 ‘딸에게’를 내며 마지막 장에 쓴 말이다. 대표적인 다문화가정 출신 연예인인 그는 지난달 강원 홍천군에 다문화 대안학교를 설립했다. 그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문제는 꿈이 없다는 것”이라며 “그들이 꿈을 키울 수 있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설립 배경을 밝혔다.

연예계에서 활약하는 인사 가운데 다문화가정 출신이 적지 않지만 그들은 마치 ‘커밍아웃’을 기다리듯 오랜 세월 동안 아픔을 감춰둔 경우가 많다. ‘혼혈 연예인’에 대한 사회 일각의 유달리 삐딱한 시선 탓이다. 다문화가정 출신인 한 유명 연예인 쪽 관계자는 기자가 황민우 군(8) 사태에 대한 조언을 부탁하자 “아무리 좋은 말을 하고 좋은 일을 해도 악성 댓글이 늘 따라다닌다. 어떤 코멘트 요청도 정중히 사양하겠다”고 말했다.

포크 가수 겸 방송 진행자 한대수 씨(65)는 1950년대 미국에서 인종 차별을 경험했고 한국에 돌아와 다시 정체성 혼란을 겪었으며 1990년대에는 다문화가정을 이뤘다. 황 군보다 어린 딸(6)을 둔 그가 이번 사태를 보는 마음은 착잡하다. “다문화가정 자녀들은 특유의 재능을 지닌 경우가 많습니다. 그들을 보듬는 것은 우리 사회를 풍요롭게 하는 길이에요.”

1958년 할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간 그에게 뉴욕의 초등학교로 전학한 첫날은 지워지지 않는 기억이다. “선생님이 한국에서 온 학생이라며 절 소개하자마자 학생들이 자기 눈꼬리를 손가락으로 올리면서 ‘차이니스(중국인)!’라고 놀리기 시작했어요. 눈물이 났습니다.”

그는 미국에서 만난 러시아계 미국인 옥사나 알페로바 씨와 1992년 결혼했다. 2007년 늦둥이 셋째 딸 양호 양이 태어나면서 다문화가정의 가장이 됐다. 막내딸에 대한 극진한 사랑으로 유명한 그는 내년에 딸을 학교에 보내기가 두렵다고 했다. “저도 초등학교 때 미국에서 쓰린 경험을 했는데 한국에서 그걸 딸이 겪을까봐 사실 걱정이 됩니다. 그 괴로움을 누구보다 잘 알거든요.”

한 씨는 악성 댓글에 시달린 황민우 군에 대해 따뜻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안 좋은 일이 앞으로도 있을 수 있습니다. 맘을 단단히 먹고 이겨내야 해요. 사회가 변하는 데는 시간이 걸립니다. 억울한 일이 생기면 침묵하지 말고 주변에 반드시 알려야 해요.”

어려서부터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혼란을 겪었던 한 씨는 ‘물 좀 주소’ ‘행복의 나라로’ 같은 사회비판적인 메시지를 노래에 담아 부른 국내 1세대 포크 싱어송라이터가 됐다.

“다문화가정이 느는 것은 ‘아메리칸 드림’의 심장이었던 미국처럼 한국도 선진국이 돼간다는 징후입니다. 20년 후엔 다문화가정이 전체 가정의 20%가 된다죠? 다 같은 한국인으로서 얼싸안아야죠. 그 자녀들은 특별한 재능을 가진 경우가 많습니다. 그들을 한국인 간판스타로 만들면 어떨까요?”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다문화#한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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