앳된 꽃제비 출신 탈북자의 모습으로 한국과 일본 시청자들을 울렸던 김진혁 군이 온전히 한국사회에 정착했다. 중국과 동남아 2개국을 거쳐 올해 1월 입국한 진혁이는 12주간의 정착시설(하나원) 교육을 마치고 4월 26일부터 경기 안산시 소재 민간시설 ‘우리집’의 새 식구가 됐다. 미성년자이고 보호자가 없어 ‘무연고 이탈 주민’으로 분류된 여덟 살 진혁이는 성년이 될 때까지 ‘우리집’에 머물 수 있다.
진혁이는 올해 1월 종합편성TV 채널A의 2부작 다큐멘터리 ‘특별취재-탈북’을 통해 처음 국내에 소개됐다. 3월에는 니혼TV를 통해 일본에서도 방영돼 큰 반향을 일으켰다. 진혁이는 북한 양강도 혜산시장에서 구걸로 살아가는 꽃제비였다. 아버지는 자살했고 엄마는 언제 어떻게 곁을 떠났는지 알지 못했다. 촬영 당시 일곱 살이었지만 영양 결핍으로 키는 어림잡아 95cm 정도에 불과했고 양쪽 발은 심한 동상으로 제대로 걷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 몸으로 압록강을 건너고 중국과 동남아를 거쳐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은 그야말로 사투였다.
우리집에서 만난 진혁이에게선 더이상 꽃제비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꼬질꼬질한 차림으로 장마당 음식을 주워 먹던 아이는 석 달 만에 키가 훌쩍 자라 105cm가 됐다. 지난해 12월 진혁이의 탈북 전 과정을 동행 취재했던 채널A 양승원 PD는 “진혁이랑 한 달을 같이 지냈는데도 그 사이 너무 자라 알아보지 못할 정도”라고 말했다. 음식을 잘 먹고 외상은 모두 치료됐으며 한글도 제법 읽을 줄 안다. 좋아하는 음식은 된장 고추장이 들어간 한식이며 특히 오이를 잘 먹는다.
태어나서 처음 맞는 어린이날을 앞두고 진혁이는 3일 우리집 가족들과 함께 2013 경기안산항공전에 나들이를 다녀왔다. 전시돼 있는 경찰 오토바이도 처음 타봤다. 진혁이의 장래 희망은 경찰이 되는 것이다.
어린이날 선물을 사러 대형마트도 가봤다. 너무나 많은 장난감들 앞에서 두 시간을 망설이다 “비싼 것 하나를 살까요, 싼 것 2개를 살까요”라고 묻던 진혁이는 결국 싼 것 2개를 사는 쪽을 택했다. 한국 아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자장면의 맛도 알게 됐다. 꽃제비 시절처럼 음식만 보이면 허겁지겁 먹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이제는 안다. 다만 그때 음식을 닥치는 대로 먹는 바람에 상한 위는 아직 치료를 더 받아야 한다.
진혁이가 살고 있는 우리집은 일종의 ‘그룹 홈’이다. 이곳에서 막내인 진혁이는 9명의 누나 형과 함께 먹고 자며 공부를 하고 심리치료도 받을 예정이다. 네 살 많은 형과 한 방을 나눠 쓰게 된다. 이곳은 하나원 소속 하나둘학교 교사를 지낸 마석훈 씨가 대표를 맡고 있다. 마 대표는 “탈북 청소년이 한국에 빨리, 잘 정착하기 위해서는 일반 학생들과 부딪치고 어울리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며 “8일부터 인근 초등학교로 진학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과외활동으로는 태권도를 배우기로 했다.
진혁이가 우리집 생활을 어떻게 잘 적응하는지는 성장 다큐멘터리로 제작돼 연말경 채널A를 통해 방영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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