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배려-인내의 리더십… 朴대통령-오바마 닮았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7일 03시 00분


[한미동맹 60주년 朴대통령 방미]
■ 7일 정상회담… 찰떡공조 이룰까

한-미 글로벌 파트너십 ‘새 시대’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공군 1호기를 타고 미국을 찾은 수행원과 취재기자들의 가방에는 모두 ‘새 시대(New Era)’라고 찍힌 스티커가 붙었다. 새 시대는 이번 방미의 코드명이다. 7일(현지 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60주년을 맞는 한미동맹 관계를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확장하는 한미동맹의 새 시대를 열겠다는 박 대통령의 포부가 담겨 있다.

○ 이번에도 ‘찰떡 공조’ 과시할까

2011년 10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을 국빈으로 초청한 오바마 대통령은 환영사에서 한국말로 “환영합니다”라고 인사말을 한 뒤 “한국 속담에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는 말이 있다. 이 대통령을 환영하는 나의 마음도 멀리 한국인들에게 전달되기를 바란다”며 환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대통령을 워싱턴 인근의 한식당 ‘우래옥’으로 초청해 불고기 만찬을 대접하는 등 ‘파격 의전’을 선보이기도 했다.

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도 당시처럼 서로 깊은 교감을 나눌지 주목된다. 두 사람은 여러모로 닮은 점이 많다는 게 외교계의 평가다. 오바마 리더십의 특징 중 하나는 신중함과 함께 사색을 중시한다는 점이다. ‘대학교수(professor)’라는 별명답게 대화할 때 많은 생각을 거쳐 단어를 신중하게 골라 사용한다. 정상회담에서도 먼저 말을 많이 하기보다 상대방의 얘기를 듣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말하는 스타일이다. 오바마 대통령과 대화를 나눈 외국 정상들은 “깊이가 있다”는 평을 자주 한다.

박 대통령 역시 단어 하나에도 자신의 의중을 분명하게 담는 것으로 유명하다. 북한의 도발 위협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박 대통령의 메시지는 조금도 달라짐이 없이 일관됐다. 약속한 것은 무조건 지켜야 한다며 선거 때 공약을 남발하지 못하도록 한 것도 박 대통령의 성격을 잘 보여 주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두 정상이 회담을 통해 서로의 진정성과 깊이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청와대는 기대하고 있다.

‘첫 흑인 대통령’과 ‘첫 여성 대통령’이라는 두 정상의 남다른 기록도 서로가 교감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흑인 혼혈로서 젊은 시절 정체성의 혼란을 겪은 오바마 대통령은 치열한 자기고민을 바탕으로 소수자를 배려하는 정책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박 대통령 역시 불행한 가정사와 테러 공포를 겪으면서도 강한 의지로 대통령에 오른 뒤 무엇보다 민생과 현장을 챙기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실리와 실용을 추구하고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전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캠프 데이비드 별장이나 텍사스 크로퍼드 가족 목장으로 외국 정상을 초청해 1박 2일간 우정을 쌓았던 것과 달리 오바마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대개 30분 정도다. 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예정 시간도 30분이다. 오찬 시간을 합해도 75분 정도에 불과해 짧은 시간에 얼마나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느냐는 두 정상의 숙제다.

○ 48년 만에 부녀가 같은 곳에 묵어

박 대통령은 워싱턴에서 2박 3일 동안 미국 정부가 제공하는 영빈관 ‘블레어 하우스’에 머문다. 이곳은 1965년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미국 공식 방문 시 머물렀던 곳이기도 하다. 주철기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한미동맹의 과거와 미래를 잇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촌평했다.

블레어 하우스는 워싱턴 펜실베이니아 애비뉴 1651번지에서 1653번지까지 걸쳐 있는 소박한 타운하우스 형태의 건물 4채를 일컫는다. 백악관과 펜실베이니아 대로를 사이에 두고 맞은편에 있다. 본관은 1824년 미국의 첫 공중위생국 장관인 조지프 로벨의 개인 주택으로 건립됐으나 1836년에 앤드루 잭슨 전 대통령의 자문역이자 신문편집인이던 프랜시스 프레스턴 블레어에게 팔린 뒤 블레어 하우스라는 이름이 붙었다. 방이 무려 115개나 되고 바닥 면적이 백악관 전체와 맞먹을 정도로 넓다.

뉴욕=이재명 기자·워싱턴=정미경 특파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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