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2월 22일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서울 용산 한미연합사령부를 방문해 “미국은 6·25전쟁 당시 우리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피를 흘린 혈맹”이라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헌정 사상 첫 여성 군 통수권자로서 올해 60년을 맞은 한미동맹의 안보적 가치와 의미를 대내외에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영원한 적도, 우방도 없다’는 냉엄한 국제사회의 현실에서 한미 양국처럼 오랜 세월 공고한 동맹관계를 유지한 사례는 드물다. 군 관계자는 “6·25전쟁에서 3만7000명이 전사한 미군과 한국군의 끈끈한 전우애가 탄탄한 동맹의 밑거름”이라고 말했다.
한미동맹의 실체적 뿌리는 1953년 10월 1일 체결한 한미상호방위조약이다. 이 조약의 체결로 미국은 한국에 대한 ‘무기한’ 방위의무를 지게 됐다. 한국은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과 각종 군사 관련 후속협정을 통해 이를 지원해왔다.
북한의 도발위협으로 한반도 위기가 고조될 때마다 한미동맹의 안보적 가치와 역할은 빛을 발했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한미 양국의 확고한 대북군사태세는 북의 추가도발을 막고, 한반도 평화를 지키는 ‘안전판’으로 작용했다. 올해 키리졸브(KR) 한미연합 군사연습 때 북한의 핵 선제타격과 전면전 위협에 맞서 한반도에 배치된 미국의 최첨단 전력들은 한미동맹의 가공할 능력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효과를 충분히 봤다.
그러나 올해 한미동맹이 60주년을 맞은 만큼 동맹의 양대 축인 한미연합사와 주한미군의 위상과 역할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미연합사와 주한미군은 유사시 수십만의 미군 병력과 몇 개의 항모전투단 등 막강한 미 증원전력을 불러들이는 ‘안보 보증서’다. 2011년 권헌철 국방대 교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주한미군이 보유한 전력과 장비의 가치는 17조∼31조 원에 이른다. 주한미군 전력을 한국군이 대체하려면 최대 36조 원이 소요되고 추가 국방비 부담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9∼6%로 추정된다. 한반도 유사시 증원되는 미군 전력의 가치는 2500억 달러(약 270조 원)로 군 당국은 추산한다.
과거 좌파정권에서는 한미연합사와 주한미군이 자주 또는 반미 논쟁에 휩싸이면서 한미동맹이 심각한 위기국면을 맞기도 했다.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2015년 전시작전통제권이 전환된 뒤에도 현 연합사 수준의 연합방위체제와 주한미군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동맹의 안보적 가치는 퇴색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은 2009년 한미동맹을 군사동맹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인권, 시장경제라는 공동가치를 공유하면서 군사와 외교, 안보, 경제, 사회, 문화를 포함하는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시키기로 합의했다.
한미동맹을 변화된 안보상황에 맞는 ‘전략동맹’으로서 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수준으로 격상시키려면 한미 간 더 많은 협조와 공조 체제가 ‘구호’를 넘는 ‘실천’으로 옮겨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이를 위해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제 편입 요청 등 양국 간 이견이 팽팽한 현안들을 지혜롭게 조율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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