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8일(현지 시간)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은 의원들의 뜨거운 호응 속에서 진행됐다. 박 대통령이 입장할 때 의원들은 약 3분간 기립박수로 박 대통령을 맞았다. 박 대통령이 단상에 올라섰는데도 기립박수가 계속돼 10초 넘게 연설을 시작하지 못했다.
박 대통령은 찰스 랭걸 의원 등 6·25전쟁에 참전한 의원 4명의 이름을 언급할 때, 3대가 한국에서 근무한 데이비드 모건 중령 가족을 소개할 때, “북한의 도발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을 때, “(도발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말했을 때 등 총 6회에 걸쳐 기립박수를 받았다. 이를 포함해 40차례의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참전용사 의원 4명을 한명 한명 소개할 때는 환호까지 터져 나왔다.
○“미국의 헌신에 감사한다”
박 대통령은 한국전 참전기념비에 새겨진 문구 “알지도 못하는 나라, 만나 보지도 못한 사람들을 지켜야 한다는 국가의 부름에 응한 미국의 아들과 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는 인사말로 이날 연설을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세계 최빈국이던 한국이 무역 규모 세계 8위의 국가로 성장했다”며 “우리가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도운 좋은 친구들이 있었다. 특히 미국은 가장 가깝고 좋은 친구였다”고 말했다. 이어 “성취의 역사를 만든 자랑스러운 한국 국민과 함께 경제부흥과 국민행복, 문화융성, 평화통일 기반 구축이라는 4대 국정기조를 통해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또 ‘한미동맹 60년의 산증인’으로 모건 중령 가족을 소개했다. 6·25전쟁 당시 워런 모건 씨는 해군 예비군 지휘관으로, 아들 존 모건 씨는 포병중대장으로 참전했다. 손자 데이비드 모건 중령은 1992년과 2005년 주한미군에서 근무했다.
박 대통령은 ‘미국의 헌신과 우정’에 대한 감사를 표시한 뒤 자신의 정책 비전을 설명하는 데 연설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한미동맹의 목표가 한반도 통일에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나아가 한미동맹의 궁극적 목표를 한반도에 국한하지 않고 동북아시아, 나아가 전 세계로 확대하는 비전을 제시한 점이 주목받았다. 6·25전쟁의 총성이 멈춘 1953년 세계 최빈국이던 한국이 60년 만에 세계 인류의 자유와 인권, 법치에 기여할 수 있는 나라로 우뚝 섰음을 천명한 것이다.
○ 한미, 통일 한국과 세계 평화 여정에 함께하자
박 대통령은 ‘한국과 미국이 만들어 갈 ‘우리’의 미래를 강조하면서 제시한 3가지 비전과 목표의 첫 번째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 기반 구축이다. 박 대통령은 “남북한 간 점진적인 교류와 협력을 통해 신뢰를 축적해 가면서 지속 가능한 평화를 만들어 가고 평화통일의 기반을 구축하자”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한미동맹은 한반도에서 자유와 평화를 수호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남북한 모두 평화롭고 행복한 통일 한국을 향한 여정에 함께 나설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한미동맹의 목표로 △북한이 참여하는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 △지구촌 이웃들의 평화와 번영에 대한 기여를 잇달아 제시한 뒤 “미국 독립선언서에 새겨진 행복추구권은 대한민국 헌법에도 명시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미동맹의 궁극적 목표는 전 인류의 행복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오랫동안 믿어 왔다”고 말했다.
협정 만료 시한만 2년 연장된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문제에 대해선 “한국은 확고한 비확산 원칙 하에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추구하고 있다. 선진적이고 호혜적으로 한미 원자력협정이 개정된다면 양국의 원자력 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비확산 원칙을 이유로 한국에 우라늄저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허용에 난색을 보인 데 대해 ‘한국을 믿어 달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미 의회가 이 문제와 관련해 버락 오바마 행정부보다 더 원칙적 태도를 견지해 왔다는 점을 의식한 발언이다.
박 대통령은 일본을 명시적으로 거론하진 않았지만 동북아 과거사 갈등을 언급하며 “역사에 눈감는 자 미래를 보지 못한다”며 일본의 왜곡된 역사인식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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