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평양의 여성 교통경찰대원에게 “불의의 정황 속에서 혁명의 수뇌부를 결사 옹위했다”며 영웅 칭호를 수여해 그 ‘속사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호등이 없는 사거리 등에서 교통 질서유지 활동을 하는 여성이 ‘혁명의 수뇌부를 옹위했다’는 것이 선뜻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혁명의 수뇌부는 김정은을 의미한다.
북한 조선중앙방송은 5일 오후 8시 메인 뉴스의 첫 보도로 “불의의 정황 속에서 수령결사옹위의 영웅적 희생정신을 발휘해 혁명의 수뇌부의 안전을 결사 보위한 리경심 동지에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영웅칭호와 함께 국기훈장 1급을 수여한다”고 보도했다. 이어 6일과 7일 잇따라 이 씨의 화선입당(특출한 공로를 세운 자를 심사 없이 즉각 노동당에 입당시키는 것)과 영웅 메달 수여식 등을 주요 뉴스로 보도했다. 방송은 평양시 인민보안국 교통지휘대 지구대 대원인 이경심 씨를 전국이 따라 배워야 할 ‘시대의 영웅’으로 홍보하고 있다.
북한은 ‘불의의 위급한 정황’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지만 이 씨가 교통경찰임을 감안할 때 그가 김정은의 차량이 위험에 빠진 순간 목숨을 내건 용기로 이 상황을 수습했다는 추정이 유력하다. 일단 김정은이 탄 차량이 교통사고를 당했을 가능성이 유력하지만, 이것이 교통사고로 은폐된 암살 시도였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정은이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수시로 동정이 보도되던 김정은이 북한이 한반도의 위기지수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던 4월 초에 갑자기 2주 동안이나 행적이 묘연해 의문이 증폭된 바 있다.
이 씨의 근무지는 평양 모란봉구역 인민군교예극장 앞 사거리다. 이곳은 중앙당 청사와 김정은의 저택에서 불과 몇 k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으로 김정은이 수시로 지나다니는 길목이다. 공교롭게도 이곳은 2006년 9월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타고 있던 S600벤츠 승용차가 폐차될 정도로 교통사고를 당하고 장 부위원장의 허리도 크게 다친 곳이다. 당시 북한군 트럭이 장 씨의 차를 뒤에서 받았다. 이 때문에 당시 교통사고가 장 씨에 대한 암살 시도였다는 소문이 평양에 퍼지기도 했다.
김정은의 차량은 이동 시 주변 교통까지 차단시킬 정도의 최고 경호를 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수많은 경호원들을 제치고 거리에서 교통수신호를 전달하던 교통경찰이 상황을 수습했다는 점은 의문이다.
공화국 영웅은 북한의 훈장 중 최고등급으로 살아서 받기는 매우 힘들다. 더구나 결혼 전인 20대 젊은 여성이 영웅칭호를 받고 전국의 귀감으로 내세워지는 것은 웬만한 공적으로 불가능하며 김정은이 직접 지시를 하지 않고서는 생각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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