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당 100엔(약 1092원) 시대가 열리면서 닛케이평균주가가 급등하는 등 일본 경제가 잔칫집 분위기다. 하지만 명세서를 뜯어보면 엔화 약세를 앞세운 ‘아베노믹스’의 앞날을 낙관하기 이르다는 경계론도 적지 않다.
10일 엔화 급락은 미국 고용지표 호조에 따른 것이지만 일본 재무성이 이날 발표한 일본 기관투자가들의 해외채권 매입 동향도 큰 영향을 미쳤다.
재무성 발표에 따르면 일본의 생명보험사 등은 5월 4일까지 2주간 5143억 엔의 해외채권을 순매수했다. 무제한 양적완화에 나선 일본은행이 일본 국채를 싹쓸이하면서 금리 하락(국채 가격은 상승)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자 기관투자가들이 일본 국채를 외면한 것이다. 기관투자가들의 일본 국채 이탈 규모가 확인되자 외환시장에서 엔화 약세 움직임은 가속화했다. 문제는 국내총생산(GDP)의 200%가 넘는 일본의 국가부채다. 장기적으로 엔화와 일본 국채에 대한 신뢰가 폭락해 금리가 치솟으면 아베노믹스는 일본 경제의 화약고로 돌아올 수 있다.
일본 정부가 이날 발표한 3월 국제수지도 찬물을 끼얹었다. 엔화 가치가 계속 떨어졌는데도 경상수지 흑자는 지난해 3월보다 4.3% 줄었다. 수출과 소득수지가 늘었지만 원전 가동 중단에 따른 에너지 수입 비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일본 기업의 실적 개선도 아직까지는 달러화 자산의 평가차익 효과가 크다. SMBC닛코증권이 1일 결산이 끝난 130개 상장사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대비 당기순이익은 평균 45.3%나 증가했지만 매출 증가율은 5.1%로 기대에 못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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