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알몸 상태에서 피해 인턴 여성의 엉덩이를 잡아 쥔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미국 경찰 측이 조만간 윤 씨를 상대로 소환장을 발부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윤 씨가 밀폐된 호텔 방에서 알몸으로 여성의 엉덩이를 꽉 움켜쥔 행위는 강간미수죄로도 처벌할 수 있는 중범죄로 알려졌다.
주미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13일 “경찰이 피해자 진술을 신고 당시 확보했고 이미 사건 현장 및 관계자 조사를 마쳤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주에 소환장을 발부하든지, 아니면 한국 측에 수사협조를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 경찰이 이번 주에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임에 따라 이번 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조만간 점차 실체를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결정적으로 밝혀주는 핵심 증거는 폐쇄회로(CC)TV다. 1, 2차 성추행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W워싱턴DC 호텔의 와인바와 페어팩스 호텔에는 모두 CCTV가 가동되고 있다.
호텔 바의 경우 오른쪽 벽면 상단에는 CCTV가 달려 있었다. CCTV는 바 중앙의 긴 테이블을 향하고 있다. CCTV에서 테이블까지 거리는 채 2m도 되지 않고 사각지대 없이 정면으로 테이블을 비추고 있다.
윤 전 대변인 일행이 테이블 어느 좌석에 앉았는지에 따라 카메라에 잡히는 각도가 다를 수 있지만 엉덩이를 움켜쥐는 성추행이 일어났는지 정도는 확실히 보여줄 수 있다. 성추행 장소가 복도라면 CCTV를 통해 더 확실히 알 수 있다. 입구 쪽 CCTV를 향해 정면으로 접근하는 동선이기 때문이다. 1층 화장실을 오가는 계단은 CCTV 바로 오른쪽에 있다.
일행이 호텔 바에 머문 시간, 나간 시각, 마신 술의 양과 종류, 안주까지도 CCTV로 확인할 수 있다. 윤 전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인턴과 건너편에 앉았는데 가제트 팔도 아닌데 어떻게 성추행을 하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윤 전 대변인과 피해 인턴이 와인 2병을 마셨으며 마주 보지 않고 나란히 앉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좌석 배치 및 동석했던 운전기사가 얼마나 자주 자리를 비웠는지도 CCTV 화면으로 알 수 있다.
윤 전 대변인을 비롯한 청와대 홍보라인과 기자단이 묵었던 페어팩스 호텔에도 사람이 이동하는 복도마다 CCTV가 촘촘하게 설치돼 있다. 6∼8일 프레스센터로 사용된 정문 오른편 1층 홀과 그 위층 객실 복도에까지 복도로 꺾어지는 곳에는 어김없이 CCTV가 있다.
윤 전 대변인이 사용했던 객실 문을 감시하는 CCTV를 판독하면 8일 오전 6시경 2차 성추행 의혹의 진실이 판가름 날 수 있다. 피해 인턴이 방 안으로 언제 들어갔는지, 언제 나왔는지도 모두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통해 문을 열었다가 인턴이 있어서 “여기 왜 왔어, 빨리 가” 하면서 문을 닫았다고 주장했다. 피해 인턴은 윤 전 대변인이 “왜 안 들어오느냐”고 해 들어갔더니 그가 알몸 상태로 있었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변인의 호텔 출입 시각도 CCTV로 확인 가능하다. W워싱턴DC 호텔 바에서 인턴, 운전기사와 함께 술을 마신 그가 언제 호텔로 들어왔는지, 프레스센터에서 무엇을 했는지, 오전 3시 다시 나갔다가 4시 반경 술에 취해 들어왔는지가 관심거리다.
인턴의 동선 역시 확인할 수 있다. 윤 전 대변인의 방에서 충격을 받고 나온 인턴이 자신의 방과 프레스센터 등으로 이동하면서 문화원 여직원과 함께 경찰에 신고하는 과정, 경찰이 출동해 이야기를 듣는 과정과 경찰이 윤 전 대변인을 만났는지 여부도 확인 가능하다. 오전 7시 반경 문화원장과 선임행정관이 인턴과 여직원 방문을 두드리며 대화를 시도하다가 문전박대를 당했다면 난감한 표정으로 돌아서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됐을 것이다.
CCTV 외에도 인턴 여성의 통화 기록으로도 윤 전 대변인의 주장을 확인할 수 있다. 인턴은 8일 오전 6시경 윤 전 대변인이 전화를 걸었다고 했고, 윤 전 대변인은 전화를 건 적이 없다고 했다. 이 여성의 휴대전화에 윤 전 대변인의 번호가 찍혀 있는지 확인하면 진위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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