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창조경제 프로젝트 시동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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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능성-A4 석장 제안서만으로 1인당 10억 지원

삼성그룹이 물리 화학 생명과학 수학 등 기초과학 분야 기술혁신 역량을 확보하고 노벨 과학상 수상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창조경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기초과학과 신소재, 정보통신기술(ICT) 융합기술 분야의 연구자에게는 연간 최고 10억 원가량의 연구비를 지원한다. 이를 위해 다음 달에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미래재단)을 설립하고 10년간 총 1조500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삼성그룹은 13일 이 같은 내용의 ‘3대 미래기술 육성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육성 대상으로 △4개 기초과학 분야(노벨 과학상 수상자 육성이 목표) △신(新)소재기술 △ICT 융합형 창의과제 등 3개 분야를 선정하고, 1단계로 2017년까지 5년간 분야별로 50∼200개의 과제를 선정해 7500억 원을 지원한다. 2단계는 성과가 탁월한 과제 위주로 2022년까지 5년간 7500억 원을 추가로 지원한다.

이인용 삼성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과 연계한 3대 분야 육성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연구자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최대의 성과를 창출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은 미래재단의 연구 지원 사업을 기존 국가 연구개발(R&D) 프로젝트와는 여러 면에서 다르게 운영할 계획이다. 먼저 연구 과제에 제한을 두지 않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북돋기 위해 제안서는 첨부 자료를 포함해 A4용지 3장 분량만 받기로 했다. 국가 R&D 과제는 많게는 수백 페이지의 제안서를 받는다.

또 성공률이 90%에 이르는 국가 R&D 프로젝트에서 다루지 못하는, 성공률이 1∼2%밖에 되지 않는 창의적 과제를 발굴하기 위해 연구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연구자에게 기술료(기술 개발을 지원한 대가로 회수하는 돈)를 징수하지도 않는다. 삼성은 주로 대학이나 국공립 연구소, 중견·중소기업 연구원을 대상으로 과제를 선정할 방침이다.

길영준 삼성종합기술원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정부 예산이 들어간 과제와 다른, 좀 더 리스크가 크거나 혁신적인 기술을 우선 지원할 것”이라며 “삼성이 연구 결과물의 사업화를 도와주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노벨상 수상 연구가 주로 국제 협력을 통해 이뤄진다는 점에 착안해 해외 석학들이 참가하는 전문 기술포럼도 운영할 계획이다. 과학자들의 축제로 불리는 이른바 ‘한국판 고든 리서치 콘퍼런스’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미래재단 초대 이사장으로는 최양희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가 내정됐다. 재단은 7월까지 과제를 접수한 뒤 해외 석학들이 참여하는 심사위원회를 거쳐 11월부터 과제를 지원할 예정이다.

김용석·김지현 기자 nex@donga.com
#삼성#창조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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