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기에 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사진이 뒤늦게 국제사회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비행기에 적힌 731이라는 숫자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인체실험을 실시한 일본의 731부대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12일 동일본 대지진 피해 지역인 미야기(宮城) 현 히가시마쓰시마(東松島) 시의 항공자위대 기지를 방문해 곡예비행단을 시찰하면서 ‘731’이라는 편명이 적힌 훈련기 조종석에 앉아 사진을 촬영했다. 14일 워싱턴의 정치외교 정보지 넬슨리포트는 “(731이라는 숫자가 전면에 쓰인) 아베의 이 사진은 독일 총리가 재미로 나치 친위대 유니폼을 입고 나타나는 것과 같은 수준”이라며 “독일에서는 (나치 유니폼 착용이) 불법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도 도덕적 반감 때문에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보도했다.
제니퍼 린드(행정학) 다트머스대 교수는 “(아베 총리가) 731부대를 연상시키는 것은 우연이 아니며, 공개적으로 모든 사람의 눈을 불타는 꼬챙이로 찔러버리는 셈”이라며 “지독히 도발적이고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에 어떤 이익이 있을지 의문이 들게 한다”고 비판했다.
한국 정치권은 여야 모두가 이를 또 다른 형태의 역사부정 행위로 규정하고 강력 비난했다.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은 보도자료에서 “우리나라와 중국 등 피해국에 대한 명백한 도발행위”라며 “아베 총리와 그 주변 인사들의 침략역사 부정은 한국 중국 등 피해국에 대한 모욕 차원을 넘어 동아시아 지역의 새로운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국회 ‘올바른 역사교육을 위한 의원모임’ 소속 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일본 정부가 자국에서의 정치적 이득을 꾀하고자 역사를 왜곡해 주변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훙레이(洪磊)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일본 731부대의 범죄행위는 여전히 아시아 이웃 나라에 현실적인 위해를 조성하고 있다. 침략 역사를 철저히 반성하기를 바란다”고 비판했다.
731부대는 만주를 점령한 일본 관동군의 세균전 부대인 ‘방역급수부’를 뜻한다. 731은 부대번호다. 1933년에 설립돼 한국 중국 등의 전쟁포로들에게 페스트균을 비롯한 세균병기나 독가스를 투입하는 인체실험을 자행했다. 감염 실험 뒤에도 희생자가 숨을 거둘 때까지 동상(凍傷)실험, 총탄 관통 실험을 계속했으며 관련 희생자가 3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아베 총리는 이날 국회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로 한국 중국이 반발했다. 다른 신사에 참배하는 방법도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한국 중국의 반발은 오해에 따른 것”이라며 “야스쿠니 참배는 군국주의 회귀가 아니라 호국 영령에 대한 예를 표하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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