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국정 자문역인 이지마 이사오(飯島勳·67) 특명담당 내각관방참여가 14일 오후 고려항공편으로 평양에 도착했다. 아베 총리는 이 사실을 한국과 미국에 사전에 알리지 않았다. 이날 뉴스를 보고 사태를 파악한 미국이 비공식으로 일본 정부에 불만을 전달하는 등 북한의 한미일 동맹 흔들기에 일본이 자진해서 올라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4일 일본 언론은 이지마 참여가 이날 오후 평양공항에 도착해 김철호 부국장의 영접을 받는 화면을 일제히 보도했다. NHK는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지마 참여가 이번 주말까지 평양에 머물 개연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지마 참여의 방북 목적은 알려지지 않았다. 교도통신은 “정체된 북-일 관계를 타개하기 위해 북한 정부나 노동당 간부와 접촉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도 논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가 7월 참의원 선거용 깜짝 이벤트로 북한을 방문할 수 있다는 관측도 없지 않다. 이지마 참여는 지난달 TV아사히에 출연해 시기를 특정하지 않고 “아베 총리의 전격 방북도 있을 수 있다. 납치문제 진전을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다. 일본의 일부 인터넷 언론은 올 3월 “아베 총리가 6월 중 북한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하는 방안을 극비리에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가 일본을 배제한 채 ‘한미중’ 삼각 편대로 북한 문제에 대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데 대해 아베 총리가 분풀이성 견제구를 던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했다. 한국이 일본을 계속 배제하면 북한과 독자 접촉하겠다고 시위를 했다는 것. 이지마 참여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내각 당시 약 5년간 총리비서관을 지내며 2002년과 2004년 평양에서 열린 1, 2차 북-일 정상회담에 관여한 인물이다.
이지마 참여의 갑작스러운 방북에 대해 한국과 미국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개성공단에서 철수하는 등 북한에 대한 고강도 제재 조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돌출 행동은 북한의 상황 판단을 오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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