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파문]임기초 벼락감투에 들뜬 청와대 ‘완장심리’가 참사 불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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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첫 순방인 만큼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이 시기엔 부처 공무원들에게 일을 시키면 대부분 알아서 길 정도다. 윤창중 사태는 이런 ‘정치적 흥분 상태’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이명박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한 전직 고위 관계자는 1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스캔들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새 정부 들어 처음 대통령 전용기도 타고 말로만 듣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봤으니 벼락출세한 기분에 눈에 보이는 게 없었을 것”이라고도 했다.

실제로 정치권에선 이번 성추행 의혹 사건의 원인을 놓고 1차적으론 윤 전 대변인 개인의 문제이지만 그 외에도 임기 초 ‘슈퍼 갑(甲) 완장’ 심리가 바탕에 깔려 있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특히 이전엔 공직을 경험하지 못한 ‘어공(어쩌다 공무원)’들이 이 같은 심리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나온다. 친박(친박근혜)계 어공들 사이에선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에 이명박 정권 5년까지 합쳐 15년 만에 정권을 잡았다’는 말이 얼마 전까지 공공연히 나돌 정도였다. 게다가 박근혜 대통령의 이번 미국 순방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 등 역대 최대 규모인 52명의 경제인이 수행해 직원들의 자부심은 절정에 이르렀다는 게 청와대 안팎의 대체적인 시선이다. 임기 초에 처음 접하는 권력의 달콤함은 곳곳에 녹아 있다. 대통령 전용기는 좌석이 넓어 선임행정관급 이상은 일반 항공기의 비즈니스석에 준하는 좌석을 탈 수 있다. 외국에 도착해도 별도의 보안 검사 없이 공항을 나설 수도 있다.

방미 행사를 실무 준비했던 주미 한국문화원과 재미 교포들 사이에서 윤창중 사태가 터지자 윤 전 대변인 외에도 일부 관계자가 소리를 지르는 등 고압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첫 해외 순방인 만큼 대통령 수행 업무가 익숙하지 않다 보니 파열음이 나는 측면도 있겠지만 ‘우리가 누구인지 아느냐’는 심리도 작용할 수 있다는 것. 이명박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또 다른 관계자는 “우리도 임기 초에 한껏 들떠 있었던 기억이 있다. ‘우리가 최고’라는 심리가 있게 마련”이라며 “MB 정부 임기 첫해에 터진 미국산 쇠고기 수입 결정에 따른 촛불 정국도 ‘우리가 결정하면 따른다’는 심리가 작용한 측면이 있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정부 부처의 한 국장급 공무원은 “공직 생활을 하다 보면 대통령 임기 첫해에 업무 스트레스가 가장 심하다. 일은 일대로 하고 대통령과 친하다는 청와대 직원들은 말단 행정관까지 눈치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윤창중 사태를 계기로 청와대 직원들이 스스로 ‘임기 초 완장 심리’를 제어하지 않으면 ‘제2의 윤창중 사태’가 언제든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임기 첫해에는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돌아 보니 임기 5년은 금방 간다”며 “완장이 평생 가는 게 아닌 만큼 지금부터 자중해야 실패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국반부패정책학회장인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청와대 직원들이 직무 기강 확립을 넘어 도덕적 재무장을 할 필요가 있다”며 “유사한 참사가 재발하면 국민들이 그들의 팔에 찬 ‘청와대 완장’은 물론이고 박근혜정부 자체를 흔들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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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감투#완장심리#윤창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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