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김정은과 정상회담 할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16일 03시 00분


이지마 특사, 北 김영일 당비서 면담… 정부 “대북정책 공조에 뒤통수 친 셈”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일본 총리는 15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와의 정상회담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일본이 대북 독자 노선 행보를 보이면서 동북아시아 안보 협력의 기본 틀이었던 한미일 삼각협력이 흔들리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김정은과의 회담 가능성에 대해 “납치, 핵, 미사일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판단에서 정상회담이 중요한 수단이라면 당연히 (정상회담을) 생각해가며 협상을 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2002년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정상회담을 열었을 때 관방 부(副)장관 자격으로 배석한 적이 있다.

이와 관련해 북한 김영일 노동당 국제비서는 15일 방북 중인 이지마 이사오(飯島勳) 내각관방참여를 면담했다고 조선중앙방송 등 북한 매체가 보도했다. 그러나 면담 내용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면담에는 이영철 노동당 국제부 부부장 등이 참석했다. 아베 총리의 자문역인 이지마 참여가 북한의 최고위급 외교 담당자인 김영일 비서를 만남에 따라 북-일 정상회담을 위한 총리의 메신저 또는 사실상의 특사 역할을 맡았을지가 주목된다.

북한 처지에서 보면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아군’이 필요한 시점이다.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 규슈대 특임교수는 “북한의 ‘벼랑 끝 외교’가 실패로 돌아간 후 고립을 탈피하기 위해 한국 미국 중국보다 상대적으로 접근이 쉬운 일본과 손을 잡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의 독자적인 움직임에 정부는 불쾌한 기색이다. 북한이 위협 수위를 유례없이 고조시키며 개성공단 운영까지 중단시킨 상황에서 이지마 참여의 방북은 대북정책 공조에 애쓰던 한반도 주변국들의 뒤통수를 친 셈이기 때문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대북 제재가 효과를 보기 위한 한미일의 공조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고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까지 한목소리를 내도록 애를 쓰고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일본이 뒷문을 확 열어 주는 것 아니냐”며 “한미일 협력에 영향이 없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도쿄=박형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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