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제 고립 자초하는 일본, 북한 닮아 가나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이웃 국가에 모욕감을 주는 잇단 극우 발언과 행동으로 좌충우돌하면서 일본을 점점 고립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달 말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던 한중일 정상회의는 중국의 반대로 무산됐다. 일본의 동맹국인 미국도 일본의 극우 발언과 역사 왜곡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국내 정치의 거품 같은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 국제적 왕따를 계속 자초하겠다면 아베는 총리 자격이 없다.

지난 주말 이시하라 신타로 일본유신회 공동대표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행적에 대해 “침략이 아니다”라고 부인하며 망언 행진에 가세했다. 에드 로이스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은 “위안부는 필요한 것이었다”는 하시모토 도루 일본유신회 공동대표의 발언에 대해 “외교위원장으로서 강하게 규탄한다”고 말했다. 위안부 강제 동원을 합리화하기 위해 미군의 성적 에너지까지 끌어들였으니 미국이 화가 날 만도 하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형편없고 불쾌한 말”이라고 논평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강렬한 분개심을 느낀다”며 직설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했다. 중국은 일본군이 수만 명의 중국인을 살해한 난징 학살과 헤이룽장 성 하얼빈에서 생체 실험을 자행한 일본의 731부대를 잊지 말자며 당시의 만행을 고발하는 기념관을 만들어 놓고 있다. 중국으로서는 731 숫자가 선명한 일본 자위대 항공기의 조종석에 탑승해 엄지손가락을 세우는 아베의 모습에 소름이 끼쳤을 것이다.

이지마 이사오 내각관방 참여(총리자문역)를 북한 평양에 보낸 아베의 선택도 소탐대실(小貪大失)이다. 북한과 일본 사이에 일본인 납치피해자 문제 등 현안이 있기는 하지만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협하고 있는 김정은에게 한국 미국과 상의도 하지 않고 사절을 파견한 아베의 시도는 당당하지 않다. 북한과 일본의 접촉은 국제적으로 고립된 두 나라가 동지를 찾으려는 몸부림처럼 보이기도 한다. 미국의 글렌 데이비스 국무부 북한정책특별대표는 북-일 접촉을 한미일 공조에 균열을 내려는 시도로 해석했다. 북한은 이지마가 평양을 떠난 뒤 그제와 어제 이틀 연속해 단거리 발사체 4발을 동해로 발사하며 다시 도발 버릇을 드러냈다. 아베의 독자적 대북 접촉은 북한의 도발 포기를 유도하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찬물을 끼얹는 행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