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 제33주년 기념식이 18일 오전 10시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거행됐다. 기념식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했지만 국가보훈처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거부한 데 반발해 5월 단체와 시민사회단체, 광주시의회 등이 대거 불참하면서 ‘반쪽행사’로 치러졌다. 대통령의 기념식 참석은 이명박 전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08년 이후 5년 만이다. 청와대는 기념식 참석을 계기로 국민대통합 메시지를 전할 계획이었지만 제창 논란이 빚어지면서 통합 행보가 빛을 바랬다.
기념식은 박 대통령 헌화·분향, 광주지방보훈청장의 경과보고, 대통령 기념사에 이어 기념 공연 순으로 진행됐다. 박 대통령은 기념사에서“5·18 광주 민주화운동 33주년을 맞아 민주주의를 위해 숭고한 희생을 하신 영령들의 명복을 빈다”며 “산업화와 민주화의 고비를 넘어선 우리 앞에 지금 또 다른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이제 5·18정신이 국민통합과 국민행복으로 승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념사에 이어 서울로얄심포니오케스트라와 인천오페라합창단이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을 협연하자 참석자 대부분이 자리에서 일어나 주먹을 쥐거나 태극기를 흔들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박 대통령은 합창 때 자리에서 일어나 강운태 광주시장이 건네준 태극기를 가볍게 흔들기도 했지만 노래를 따라 부르지는 않았다. 5년 전 당시 이 대통령은 기념식 도중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순서에서 대형 스크린에 나오는 가사를 보면서 일부 따라 불렀었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2000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부총재 시절부터 모두 10차례 5·18묘지를 참배하거나 기념식에 참석한 점을 들어 박 대통령의 진정성을 강조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 시절 기념식에 참석해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순서에서 노래를 따라 부른 적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기념식이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 “대통령께서도 노래를 함께하셨다면 얼마나 큰 대통합의 결과가 있었겠느냐. 안타깝다”고 말했다.
올해 기념식은 공연 등이 대폭 축소돼 예년 진행 시간의 절반 정도인 25분 만에 끝났다.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을 결정한 국가보훈처 방침에 반발해 광주시립합창단이 합창을 거부하면서 서울로얄심포니오케스트라와 인천오페라합창단이 협연에 나섰다.
행사의 주인이 돼야 할 5·18 유공자와 유족 상당수도 기념식에 불참했다. 유족 등 100여 명은 기념식 시작 1시간 전부터 5·18민주묘지 앞 바닥에 주저앉아 태극기를 흔들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여야 대표 등 주요 참석자들은 이 광경을 지켜보며 행사장에 입장했다.
통합진보당 민주노총 진보연대 학생단체 등 500여 명은 정부 주관 기념식이 열리자 5·18민주묘지에서 2km 떨어진 망월동 옛 묘역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국가보훈처 규탄 구호 등을 외친 뒤 관악 반주에 맞춰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이들은 전날 오후부터 5·18민주묘지 입구에서 밤샘 연좌농성을 벌인 뒤 망월동 묘역에서 별도 행사를 개최했다.
국립5·18민주묘지관리사무소는 5·18 전야제가 열린 17일 7만124명, 기념식이 거행된 18일에는 8만234명이 민주묘지를 참배하는 등 이달 1일부터 18일까지 25만4387명이 민주묘지를 다녀갔다고 밝혔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지난해는 전야제와 기념식이 끝나면 참배객 수가 급격히 줄었지만 올해는 기념식이 끝난 이후에도 참배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며 “임을 위한 행진곡 기념식 제창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참배객이 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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