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덕우 전 국무총리는 지난달 인편으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서류를 한 통 전달했다고 한다. 그 서류에는 5월 초 방미 때 나올 의제인 전시작전권 전환에 대한 자신과 주변의 의견을 정리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남 전 총리가 이사장으로 있는 한국선진화포럼이 지난달 15일 주최한 특별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진정한 한반도 평화체제가 확립될 때까지 전작권 전환(한미연합사 해체) 계획을 연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 대통령은 허태열 비서실장을 통해 남 전 총리에게 “잘 읽었다. 좋은 의견 주셔서 감사하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한다. 한 측근은 “그 연락이 두 사람이 맺은 긴 인연의 마지막 접촉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과 고인의 인연은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9년 박 전 대통령 서거 당시 대통령경제특보였던 고인은 박 대통령을 도와 장례 절차를 챙겼으며 박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던 날에도 곁을 지켰다. 당시 청와대 직원들의 박 대통령 환송 사진 속에서도 안쓰러운 표정의 남 전 총리를 찾아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은 2002년 국회의원 후원회장, 2007년 대선 경선 선거대책위원회 후원회장을 맡길 만큼 고인을 각별히 신뢰했다.
고인은 2006년 9월 이듬해 대통령후보 경선을 앞두고 ‘경제자문회의’를 구성했으며 1주일에 한두 번씩 회의를 소집해 박 대통령의 외교, 교육을 제외한 모든 분야의 대선 공약을 가다듬었다.
고인은 직함은 없었지만 지난해 대선 때도 박근혜 캠프의 최고 원로로서 정책 조언을 했고 가끔 박 대통령과 통화하거나 만나 의견을 전달했다고 한다. 두 사람의 마지막 공식 만남은 3월 박 대통령이 마련한 국가원로 오찬 때였다. 당시 고인은 박 대통령에게 “민주주의의 가치와 시장경제 준수를 미래세대에 잘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조만간 유족들에게 직접 애도의 뜻을 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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