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은 취업하려는 마음이 강하고, 여기에 필요한 도움을 받으려고 한다. 학교는 상담 프로그램을 포함해 여러 가지 지원 방안을 만들었는데 실제 이용률은 낮다. 동아일보의 청년드림 대학 평가에서 학교와 학생 사이의 이런 괴리현상이 나타났다.
왜 그럴까. 한마디로 학생이 원하는 점과 학교가 준비한 내용이 달라서다. 손님은 한식을 먹고 싶어 하지만 식당은 양식을 내놓는 셈이다. 학교가 취업 및 창업역량 지원과 관련한 인프라를 만들어놓는 데 그치고, 학생을 적극 끌어들이지 못하는 점도 문제다.
○ 서로의 생각이 달라
취업 및 창업과 관련해 학생이 원하는 점은 무엇일까. 청년드림 대학 평가 결과, 진로를 찾기 위한 상담이 눈에 띄었다.
학생의 취업 준비도와 관심 분야를 고려해 맞춤형 취업 상담을 받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와 일맥상통한다(청년고용 확대를 위한 대학교육 혁신방안, 2010년).
이에 대한 대학의 준비는 소홀하다. 평가 대상 50개 대학의 전문 상담 직원 1인당 재적생 수는 △자아탐색 단계 5221명 △비전 수립 단계 7603명 △진로 설계 단계는 8092명이나 됐다. 맞춤 서비스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학생들은 취업 전형을 대비하는 과정에서 졸업생과 만나고 싶어 했다. 생생한 경험을 듣기 위해서다. 실제로 사회에 진출한 선배와의 만남을 학교가 주선했을 때 만족도가 높았다. 문제는 이런 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학생 1000명 중에서 8명에 그쳤다. 대학이 재학생의 수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평가의 5개 분야, 13개 항목마다 학생이 필요성을 느끼고 만족도가 높았지만 이용률은 낮은 이유를 말해준다. 예를 들어 상담 지원과 직업체험 기회 지원항목을 보면 설문에 응한 학생의 80%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만족도 역시 각각 69%와 70%로 높은 편이었다. 실제로 활용한 학생은 아주 적었다. 상담 지원은 18%, 직간접 기회 지원은 10%였다.
학생들은 왜 학교의 지원을 외면할까? 인프라의 수준이 떨어져서일까? 이용자의 만족도가 높은 점을 감안하면 그렇게 얘기하기 어렵다. 조사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학교가 실제 프로그램에 학생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지 않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딜로이트컨설팅의 강양석 컨설턴트는 “학교가 재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홍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 이런저런 프로그램을 늘어놓는 데 그치지 말고, 학생과 학교가 하나의 목적을 가진 유기체라고 인식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 외부로만 눈 돌려도 문제
취업 서비스의 이용률이 낮은 점을 학교 탓만으로 돌릴 순 없다. 학생은 취업이나 창업 관련 정보에 목말라 하면서도 학교가 파놓은 우물에는 접근하지 않는다. 그 대신 사설 기관이나 컨설팅 업체에 눈을 돌리려 한다.
취업포털 사이트 ‘잡코리아’는 지난해 7월을 기점으로 개인 구직회원이 1000만 명을 넘었다. 4년제 대학생의 상당 부분이 회원으로 추정된다. ‘스펙업’이나 ‘취업뽀개기’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도 적게는 수십만 명에서 많게는 150만 명까지 가입자가 넘친다. 대학 담당자들은 일반적인 정보보다는 재학생 수준에 맞춘 특화한 정보가 더 유용하다며 학교 인프라를 적극 이용하라고 조언한다.
아주대의 편입생 진로설정 캠프가 대표적인 예다. 박철균 사회진출센터장은 “3학년으로 편입하자마자 취업 준비를 해야 하는 학생을 위해 2박 3일 일정의 캠프를 열고 전공별 취업률 등 맞춤형 정보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청년드림 대학평가를 통해 교내외 정보의 만족도를 비교했더니 학교가 제공하는 정보나 체험 기회는 학생 스스로 찾는 경우에 비해 만족도가 높게 나타난 대학이 여러 곳이었다.
학교가 제공하는 직업 체험에 대한 만족도(72.6%)는 학생 스스로 마련한 기회(68.7%)보다 좋았다. 취업정보의 경우 학교가 제공한 자료에 대한 만족도(70.5%)가 학생 스스로 찾아낸 정보에 대한 만족도(69.6%)보다 약간 높았다.
학교가 학생에게 손을 내미는 일 못지않게, 학생이 학교의 문을 적극 두드리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른바 명문대생도 청년 실업의 칼을 피해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용 가능한 지원은 모두 활용하겠다’는 절실함을 학생 스스로 갖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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