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노동자인 김모 씨(43)는 3월에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로 300만 원을 빌렸다. 연간 금리 20%로 상환 때까지 매일 0.055%의 이자가 붙는 조건이었다.
원금의 일부라도 빨리 갚아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그는 빌린 돈의 절반인 150만 원을 마련해 결제일 이전에 인터넷뱅킹으로 상환하려 했지만 거절당했다. 콜센터에 문의한 결과 “인터넷뱅킹, 콜센터를 통한 결제의 경우 빌린 돈의 일부를 선(先)결제할 수 없고 전액 상환만 가능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빌린 돈의 일부만 갚으려면 지점을 직접 방문하라”고도 했다. 낮 시간에 건설현장에 매여 있는 김 씨는 은행 업무시간 중 지점에 들를 수 없어 결국 원금에 붙은 높은 이자를 모두 물어야 했다.
22일 금융계에 따르면 일부 시중은행과 전업계 카드사들이 자사 현금서비스 이용 고객에게 납득하기 힘든 방식으로 높은 이자를 매기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SC은행의 경우 김 씨 사례처럼 인터넷뱅킹을 통한 일부 중간 결제를 허용하지 않는 등 현금서비스 중도 상환이 어렵다. 고객들이 불필요한 이자 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 또 이용대금 전액을 선결제하는 것도 결제일 이틀 전까지만 허용하고 하루 전에는 불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SC은행 측은 “비씨카드 결제망을 사용하는 은행들은 대체로 비슷하게 운영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취재진의 확인 결과 SC은행을 제외한 대부분의 은행과 카드사는 인터넷뱅킹이나 콜센터를 통해 현금서비스 이용액의 일부를 중도 상환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결제일 전날에도 선결제가 가능하다.
현금서비스 이용액 결제일이 휴일일 경우 상환일이 늘어난 것으로 간주해 이자를 더 물리는 곳들도 있다. 자영업자 조모 씨(44)는 석 달 전 씨티은행 신용카드로 350만 원의 현금서비스를 이용했다가 결제일에 빠져나간 금액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조 씨가 예상한 금액보다 4000원 정도가 더 빠져나갔던 것. 알고 보니 현금서비스 결제일이 토요일이라 실제 결제는 영업일인 월요일에 이뤄졌고 이틀분만큼 추가 이자가 붙은 것이었다.
이처럼 씨티은행 SC은행 IBK기업은행 롯데카드 하나SK카드 삼성카드 등은 현금서비스 결제일이 토요일일 경우 돈이 빠져나가는 월요일에 이틀 치 이자를 더 물도록 하고 있다. 이에 비해 KB국민카드 우리카드 신한카드 현대카드 외환은행 NH농협은행 등은 추가 이자를 부과하지 않는다.
현금서비스는 이용 시점부터 결제일까지 기간이 최대 두 달 가까이 된다. 등급이 낮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보통 이자가 연 10% 이상이고 20%를 넘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고객은 일별로 적용되는 높은 이자를 빨리 갚고 싶어 하지만 일부 금융회사의 이자 부과 방식이 서민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영기 금융감독원 상호여전감독국장은 “결제 방식과 관련해 강제 조항이 있는 건 아니지만 현황을 파악해 잘못된 관행이 있다면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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