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실업률은 27.2%, 1976년 이후 37년 만에 최고치다. 지난해 유럽연합(EU)의 구제금융으로 급한 불은 껐다지만 앞날은 불투명하기만 하다. 이런 스페인의 어린이들이 ‘내가 제일 행복해요’라고 답한 배경은 무엇일까.
이번 조사에서 어린이의 행복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환경적 요인은 ‘가족과의 활동’이었다. 가족과 함께 자주 지낼수록 더 행복하게 느낀다는 얘기다. 스페인 어린이가 답한 가족과의 활동 점수는 3점 만점에 평균 2.31점으로 8개국 중 가장 높았다.
스페인은 대가족 문화를 유럽에서 가장 오래 유지하고 있다. 경기침체의 영향과 개인주의 확산으로 핵가족화가 서서히 진행되는 중이지만 조부모-부모-손자녀 3대가 함께 사는 가족 공동체가 여전히 주류다. 스페인 특유의 이런 가족문화가 어린이 행복감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안영옥 고려대 교수(서어서문학과)는 “스페인 가족사회는 어린이의 출생과 성장을 그 자체만으로 신의 축복으로 여긴다. 애정이 가득한 가족 생활에서 아이들은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느낄 새가 없다”고 설명했다.
학업 스트레스가 적다는 점도 높은 행복지수에 한몫했다. 스페인 초등교육과정은 한국과 비슷하다. 초등교육은 6년 과정으로 만 7세부터 시작된다. 의무교육이라는 점도 같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성적과 등수에 매달려야 하는 한국 어린이와는 달리 성적 스트레스를 거의 받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방학을 보내는 모습도 크게 차이 난다. 한국 어린이는 방학이 시작되기가 무섭게 학원으로 달려가느라 바쁘지만 스페인 어린이는 시골로 여행을 가거나 스포츠, 예술 활동에 몰두한다. 신정환 한국외국어대 교수(스페인어통번역학과)는 “스페인 어느 마을에 가도 유소년 축구단과 기악 밴드가 있다. 다양한 여가 활동이 보장된 어린이의 스트레스가 적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스페인의 사례가 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두 전문가는 “어린이가 받는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주문했다. 무너진 가족관계를 회복해 어린이를 보듬고 학업 스트레스가 적은 환경을 마련해 줘야 한다는 말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