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회장 비자금 개입정황 드러나… 檢, 내달 소환할 듯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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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J그룹 수사 속전속결 진행

검찰이 CJ그룹에 대한 수사를 속전속결로 진행하면서 수사 개시 일주일 만에 이재현 회장 소환이 임박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 회장에 대한 소환 조사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이 회장이 비자금 조성과 해외 자금 도피 과정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 이 회장의 책임 여부를 가리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르면 내주 중 이 회장이 검찰에 소환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하지만 검찰 수사팀 핵심 관계자들에 따르면 소환 시기는 6월 중순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재벌 총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룹 재무담당자 등 핵심 실무자에 대한 조사와 계좌추적 등을 통한 물증 확보가 끝난 뒤 소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 이 회장 깊숙이 개입한 정황 드러나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윤대진)는 21일 CJ그룹 본사와 임직원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이 회장의 관여 여부를 입증할 수 있는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27일 알려졌다. 24, 25일 동아일보가 단독 보도한 내용처럼 이 회장이 2007년경 스위스 최대 은행인 UBS 관계자와 직접 만나 비밀계좌 개설에 대해 협의했고, 미술품을 구매한 뒤 진품 대신 위작(僞作)을 들여오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해외로 빼돌린 정황도 속속 드러난 상황이다. 검찰의 수사 속도도 다른 수사에 비해 이례적으로 빠른 편이어서 다른 재벌 총수 수사에 비해 이 회장의 소환 조사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검찰은 소환에 앞서 이 회장이 쌓아둔 국내 및 해외 비자금의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 비자금이 어떤 방식으로 조성됐는지, 이 과정에 불법성이 있는지를 밝히는 것이 급선무라는 얘기다. 이 회장의 국내 비자금은 4000억 원 규모, 해외 비자금은 3500억 원 규모로 알려졌다.

검찰은 일단 이 회장이 임직원 명의의 국내외 차명계좌를 이용해 CJ그룹 주식을 사들여 시세차익을 챙기고 양도소득세를 포탈한 혐의에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최근 한국예탁결제원을 통해 최근 10년간 지주회사인 CJ㈜의 주식을 보유한 외국인과 법인의 명단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분석하면 이 회장의 해외 차명계좌 실태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CJ 홍콩법인장이 수사의 열쇠

이번 비자금 의혹의 핵심은 홍콩법인들이다. 차명재산이나 비자금을 빼돌려 은행에 예치해뒀다가 외국인을 가장해 자사주를 거래하고, 이 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강화했다는 의혹의 중심에 홍콩법인들이 있다.

검찰이 이 회장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이 회장의 국내외 비자금 관리 총책으로 지목된 CJ차이나 법인장 겸 CJ글로벌홀딩스 대표인 신모 부사장의 입을 열어야 한다. 신 부사장은 2004∼2007년 CJ그룹 재무팀에서 일해 이 회장의 국내외 비자금 및 차명재산 규모와 운용 현황을 모두 알고 있는 핵심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08년 이 회장의 비자금 의혹을 폭로한 이모 전 재무2팀장과 현재 CJ그룹 내에서 재무담당 고위 임원을 맡고 있는 성모 씨의 상사이기도 했다.

특히 신 부사장은 홍콩에서 다수의 특수목적법인 설립을 주도했다. 홍콩 소재 법인 8곳 중 5곳이 같은 주소지에 있는 데다 사업 성격이 불명확해 검찰은 이 회장이 이들 법인을 이용해 비자금을 관리했다고 보고 있다.

한편 이 회장으로부터 세무조사 무마를 청탁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은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CJ에 대한 수사가 시작된 뒤 24일 돌연 일본으로 출국한 천 회장은 27일 도쿄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당시 이 회장으로부터 청탁을 받을 상황이 아니었다. 당시 검찰(대검 중수부) 조사에서도 그 부분은 무혐의로 결론났다”고 말했다. 일본 출국과 관련해서도 “원래 일정이 잡혀 있었다”고 해명했다. 천 회장은 금주 후반에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예나·최창봉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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