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이 서울 중구 남대문로 CJ그룹 본사 사옥과 장충동 CJ경영연구소에서 21일 검찰의 압수수색 직전 중요 문서를 빼돌렸던 것으로 28일 알려졌다.
CJ그룹이 빼돌렸던 자료에는 재무팀의 각종 보고서와 재무 관련 결재서류,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비자금 명세와 관리 정황을 입증해 줄 수 있는 자료가 다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윤대진)는 21일 CJ그룹 본사를 압수수색하던 도중 당일 새벽 이 회사 직원들이 박스 5, 6개를 옮기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화면을 발견하고 해당 박스들을 압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계단을 이용하지 않고 엘리베이터로 자료를 옮겼는데 엘리베이터 입구 CCTV에 그 모습이 찍혔다. 검찰은 이 자료들이 본사의 지하창고로 옮겨진 사실을 파악한 뒤 모두 확보했다.
검찰의 압수수색에 앞서 당일 새벽 CJ경영연구소에서도 직원들이 일부 자료를 연구소 밖으로 빼돌리는 모습이 연구소 앞 도로 CCTV에 포착됐다. 검찰은 직원들을 추궁해 빼돌린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CJ그룹이 조직적으로 중요 자료에 대한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번 수사와 관련해 홍콩과 싱가포르 사법당국에 공조수사를 요청했다. CJ그룹 지주회사 및 계열사 주식을 사들인 해외 증권계좌의 계좌주와 거래 내용을 알려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대상 계좌는 10개가 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계좌의 거래 내용 등을 파악하면 이 회장이 해외 비자금을 어떻게 조성했고, 어떤 용도로 썼는지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해외 차명계좌를 이용해 사들인 CJ그룹 주식이 이 회장과 누나 이미경 CJ E&M 총괄부회장의 경영권을 굳히는 데 활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 차명계좌 운영자가 외국인투자자를 가장해 계열사 주식을 집중 매도해 주가가 떨어지면 이 회장 일가가 국내에서 주식을 매집해 지분을 늘리는 방식을 썼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공개 정보도 이용됐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특수2부는 최근 이런 의혹을 파헤치기 위해 공인회계사 등 전문가들로 구성된 계좌추적팀을 수사팀 내부에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CJ그룹 압수수색 당일 최교일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특수2부 검사들에게 전화를 걸어 수사 상황을 확인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논란이 되고 있다. 3월 퇴임한 최 전 지검장은 이 회장과 고려대 법대 동기생으로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수사팀에 확인한 결과 최 전 지검장이 특수2부 검사들에게 전화한 적이 없다”고 공식 부인했다. 하지만 최 전 지검장은 “수사 상황을 확인하거나 청탁하는 전화를 한 적이 없다”면서도 전화를 건 사실에 대해선 명확히 부인하지 않았다.
최 전 지검장은 퇴임한 판검사가 자신이 재직한 기관의 사건을 1년간 맡지 못하는 ‘전관예우금지법’에 따라 이번 사건의 변호를 맡지 못한다. 이 회장과 개인적 친분을 고려해 전화를 걸었더라도 부적절한 행동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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