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좁아지는 동남아 탈북루트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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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들 中서 태국 등 우회 한국行… 라오스-미얀마 루트 막히면 타격

탈북 청소년 9명이 라오스에서 중국으로 추방된 뒤 곧바로 강제 북송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동남아 제3국 탈출루트가 이번 일을 계기로 통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은 수시로 자국에 체류 중인 탈북자를 단속하는 데다 중국 내 ‘한국 정부의 보호시설’로 들어온 탈북자도 수년씩 지체한 뒤에야 출국을 허락한다. 이 때문에 탈북자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일주일씩 중국 대륙을 가로질러 동남아로 이동한 뒤 한국행을 시도해 왔다.

탈북자의 한국행에 협조적인 대표적 동남아 국가는 베트남과 태국이다. 이들은 불법 체류자 수용시설에서 간단히 조사를 마친 뒤 대부분의 탈북자 신병을 한국대사관에 인도해 왔다. 하지만 베트남은 2004년 7월 탈북자 468명을 한꺼번에 전세기편으로 한국에 가도록 허용한 사실이 공개되자 강경한 태도로 돌아섰다. 이후 탈북자들은 라오스, 미얀마를 우회해 태국으로 가거나 여의치 않으면 두 나라에서 곧바로 한국행을 시도하고 있다. 라오스, 미얀마의 우회 루트가 막히면 중국과 국경을 접하지 않는 태국으로 갈 방법이 없어진다.

도희윤 피랍탈북인권연대 대표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안전하다고 생각되던 라오스 루트가 이번 압송 사건으로 상당히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 대표는 “기밀 유출 우려가 있는 것도 아닌데 ‘꽃제비’를 북송하기 위해 북한이 외교관까지 동원하고 라오스 정부가 이를 허용했다는 것은 충격적”이라고 덧붙였다.

김희태 북한인권개선모임 사무국장은 “2007년 라오스 정부가 탈북자 3명을 북한 측에 넘기려는 과정에서 외부로 알려져 이들을 구해 낸 적이 있다”며 “당시엔 북한이 신병을 넘겨받기까지 1개월 이상 걸렸던 반면 이번에는 보름여 만에 신속하게 이뤄졌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지난해에도 라오스 정부가 청소년 탈북자 1명을 중국으로 돌려보낸 사례가 있다”며 “한국대사관이 이번 사건 초기부터 곧바로 개입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중국, 라오스를 거쳐 꽃제비 김진혁 군 등 15명의 탈북을 동행 취재했던 종합편성TV 채널A의 양승원 PD는 “당시에도 라오스 정부가 조직적 탈북은 허용하지 않는다는 정보가 있었다”고 말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라오스#탈북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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