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넘다 붙잡혀 27일 北측에 넘겨져… 어제 탈북성인 3, 4명과 고려항공편 북송
정부, 中에 협조 요청했지만 中 손 못써
라오스에서 붙잡힌 북한 ‘꽃제비’ 출신 청소년 등 9명과 라오스 이민국에 수용돼 있던 성인 탈북자 3, 4명이 중국을 거쳐 곧바로 북송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압송에는 북한 당국의 강력한 개입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동남아 지역의 주요 탈북 루트가 상당 기간 봉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복수의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15∼23세의 남자 7명, 여자 2명과 성인 탈북자 3, 4명은 27일 오후(현지 시간)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 비행기에 태워져 중국으로 추방됐다. 이들은 이날 밤 항공편으로 윈난(雲南) 성 쿤밍(昆明)에 도착해 공항에서 하룻밤을 지낸 뒤 28일 베이징(北京)으로 와 오후 1시경 고려항공을 통해 평양으로 이송됐다.
라오스 당국은 이들의 신병을 북한 요원들에게 인도했다. 북한 요원들은 꽃제비 등 탈북자들을 이송하기 위해 여행 서류와 항공권을 미리 준비해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북송을 위해 비엔티안 공항의 정기 항공편이 4시간 동안 기다린 뒤 오후 2시 40분경 이륙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는 당초 이 탈북자들이 중국으로 추방되면 중국 정부와 협상을 거쳐 난민으로 인정받아 한국 또는 제3국행이 가능하도록 추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북한 측이 ‘통과 비자(TWV·Transit Without Visa)’를 통해 이들을 빼돌리면서 허사가 됐다. 북한은 이 탈북자들이 중국에 입국하면 비자가 없어서 불법 입국자 신분이 되고 중국 측이 신병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통과 비자로 쿤밍과 베이징을 거쳐 바로 평양으로 이송한 것으로 추정된다.
외교 소식통은 “한국 정부가 중국에 강력히 협조를 요청했지만 중국 측은 이번 건에 대해서는 손을 쓰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꽃제비 등 탈북자들이 송환된 건 아쉽지만 중국 역시 한계가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건이 한중 관계의 일면을 반영한다고 보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북송된 꽃제비 9명은 이달 10일 한국인 선교사 부부(미국 영주권자)의 도움으로 중국-라오스 국경을 넘다가 라오스 경찰에 적발돼 억류돼 있던 상태였다. 2002년부터 중국에서 선교활동을 해온 선교사 부부는 꽃제비 출신의 탈북자들을 미국으로 데려가 일반 가정에 입양시키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라오스 당국은 북한 측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이들의 신병을 북한 쪽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교 소식통은 “이들의 호송을 위해 비행기에 함께 탄 몇 명의 북한 사람들은 일반 여권이 아닌 다른(특수) 여권을 갖고 있었다”고 말해 이들이 북한 보위부 인사일 가능성을 시사했다.
외교부는 탈북자 12, 13명에 대한 추방 사실을 보고받은 직후인 27일 저녁 윤병세 장관 주재로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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