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해양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이 이 업체에 2억7000만 달러(약 3024억 원)의 신규 보증을 서 주자고 채권은행들에 제안했다. 산업은행은 또 STX조선이 요청한 4000억 원의 긴급자금 지원을 위해 1300억 원을 우선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28일 금융 당국과 금융계에 따르면 산은은 2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본점에서 가진 채권단 실무자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STX조선해양 추가 긴급지원안’을 채권단에 밝혔다. 이 방안이 실현되면 자금난을 겪던 STX조선은 자율협약 개시에 앞서 1조3000억 원을 확보할 수 있어 회사 운영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산은은 수출입은행·우리은행·농협·정책금융공사·신한은행·무역보험공사·외환은행 등 7개 채권금융기관에 2억7000만 달러 규모의 선수금환급보증(RG)을 함께 서 주자는 의견을 밝혔다. 조선사가 선주로부터 미리 돈을 받아 배를 건조하려면 은행·보험사로부터 반드시 이 보증을 받아야 한다. STX조선의 경우 자금난으로 배를 제때 완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는 이유로 금융사들이 보증을 꺼려 왔다.
채권은행의 한 관계자는 “보증에 문제가 생기면 STX조선이 배를 만들기 어려워져 채권단의 자금 회수도 어렵다는 이유로 이번 제안이 나왔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보증이 늘어나면 STX조선이 그만큼 해외 선사로부터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어 정상 조업 및 자금난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채권금융기관들은 대체로 산은의 제안에 수긍하고 있지만, 일부 은행은 “보증을 늘려 배를 짓는다고 회사가 나아지겠느냐”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STX조선이 최근 수주한 일감 중 상당 부분은 회사가 어려워지는 과정에서 헐값에 따온 것이라는 게 채권단의 분석이다. 배를 지어도 실제 챙길 수 있는 이익이 미미해 회사 정상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선수금환급보증을 선다고 당장 금융권 부담이 늘어나는 건 아니지만, STX조선이 더 어려워져 배를 제때 완성하지 못할 경우 책임은 고스란히 보증을 선 금융사에 돌아간다. 이 때문에 보증을 서더라도 심사를 엄격히 해 ‘돈이 될 일감’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편 산은은 STX조선이 요청한 긴급자금 4000억 원 지원을 위해 먼저 1300억 원을 지급하는 ‘선(先)지원’ 방안을 채권단에 밝혔다. 산은이 선지원을 하면 나머지 7개 채권은행은 각자의 여신 비율에 맞춰 나머지 2700억 원을 공동 부담하면 된다. 일부에서 추가 자금 지원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지만, 주채권은행과 당국의 지원 방침이 확고한 만큼 이르면 다음 주 중 추가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관측이다.
STX조선은 4월에 채권단이 자율협약을 결의하면서 1차 긴급자금으로 6000억 원을 받았다. 지주사인 ㈜STX는 3000억 원, 계열사인 STX중공업과 STX엔진은 각각 1500억 원과 400억 원의 자금을 지원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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