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하고 연한 맛의 밴댕이회는 오뉴월의 별미로 꼽힌다(위). 24일 인천 소래포구 수협 공판장에서 살이 오른 밴댕이를 경매에 올리기 위해 상자에 쌓아뒀다. 인천=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24일 오후 1시경 인천 소래포구. 물고기가 잘 잡힌다는 음력 보름의 물때를 맞춰 밤샘 조업에 나섰던 소형 어선들이 잇따라 항구로 들어오고 있었다. 이날 새벽 1시에 출항했던 8t급 선일호에는 밴댕이, 간자미, 삼치, 병어, 아귀, 꽃게 등 다양한 생선이 실려 있었다. 포구에 닿자마자 곧바로 부두 옆 수협 공판장으로 옮겨졌다. 제철을 맞은 밴댕이는 살이 포동포동 오르고 빛깔도 밝았다.
밴댕이는 경매사의 손짓이 시작되는 즉시 낙찰됐다. 제철치고는 어획량이 적어 이날 공판장에선 비싸게 팔렸다. 한 짝(15kg)에 14만 원으로 예년보다 2배 이상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 수협 경매사 한용복 씨(44)는 “최근 바닷물이 차가워서인지 밴댕이가 귀해져 높은 시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집 나간 며느리를 가을엔 전어가, 봄엔 밴댕이가 불러들인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밴댕이는 배 부위가 은백색인 전어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옆구리에 검은 점선이 없다. 둘 다 기름져 고소하지만 밴댕이가 좀 더 담백한 맛이 난다. 육질은 연하면서도 씹히는 식감이 살아 있다.
밴댕이는 서민형 어종이다. 1kg 한 접시만으로도 3, 4명이 충분히 먹을 수 있다. 밴댕이회는 머리와 가시를 도려낸 뒤 몸통 전체를 한 입에 털어 넣는 게 제맛이다. 손가락만 한 크기의 회를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금세 배가 묵직해지는 느낌이 든다.
5, 6월 밴댕이는 산란기에 앞서 영양분을 가장 많이 비축해 놓기 때문에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 겨울에 바닷속에서 지내다가 꽃게 이동 경로와 비슷하게 연안으로 이동한다. 7월 중순부터 산란에 들어가고, 가을엔 속살이 다 빠져나간다.
어떤 이들은 밴댕이의 고소한 맛과 참치처럼 입에서 녹는 듯한 느낌에 반해 농어나 도미를 제치고 ‘횟감 지존’으로 꼽기도 한다. 밴댕이는 잡히자마자 바로 죽는다. 어민들은 갓 잡은 밴댕이를 냉장고에서 하루 정도 숙성시켜 먹는 게 가장 좋다고 한다.
밴댕이는 서해와 남해에서 두루 잡히지만 강화도산을 으뜸으로 친다. 한강 예성강 임진강이 바다로 흘러드는 강화 연안이 밴댕이에게 최고의 서식지로 꼽히기 때문이다.
마니산과 가까운 강화군 화도면 내리 선수포구에는 ‘밴댕이 마을’이 조성돼 있다. 어선을 소유한 어촌계 사람들이 직판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 한때 26곳에 달했지만 요즘 14곳으로 줄었다.
이곳의 ‘광복호’ 식당에서는 밴댕이 요리를 코스로 맛볼 수 있다. 3, 4인용 코스(10만 원)로 밴댕이, 숭어 등의 잡어를 회, 무침, 탕 등으로 내놓는다. 밴댕이회만 1kg 3만 원에 따로 판매한다. 광복호 주인 강경옥 씨(60)는 “밴댕이를 포함해 광어 농어 병어 등 강화도 근해에서 잡히는 자연산만 팔고 있다”고 소개했다.
인천 연안부두 주변에도 밴댕이를 맛볼 수 있는 음식점이 몰려 있다. 다복집 송원식당 금산식당 등은 밴댕이회로 유명하다. 초고추장에 각종 채소를 썰어 놓고 콩가루를 뿌린 밴댕이회무침도 일품이다. 연안부두 해수탕에서 목욕을 한 뒤 이들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 패키지 관광코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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