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취임 100일이 됐음에도 ‘새 정부가 들어섰다’는 점을 국민들이 잘 실감하지 못하는 것은 임기 초 변화의 모멘텀을 극대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
“인사 문제 등 국정운영에 대한 야당의 불만과 북한의 위협 등 대외적 환경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앞으로 국정운영의 관건이다.”(한정훈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정치 리더십 분야 평가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이 수평적 리더십을 통해 야당과의 협치(協治)에 나서고, 개방적 인사시스템 등을 마련하면 점차 안정을 되찾고 국정에 성과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
○ “깨알 리더십, 앞으로가 문제”
여러 현안 대책을 일일이 지시하는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에 대해 여러 전문가들이 임기 초 시스템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상황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스타일이 지속되면 오히려 청와대와 내각이 박 대통령의 입만 쳐다보면서 국정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업무 스타일에 대한 전문가 평점은 5점 만점에 2.9점이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깨알 리더십은 대통령이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크다”고 했고,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마이크로 매니지먼트’식 국정운영은 큰 그림을 보지 못해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윤재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세부적 현안에 대해 지시하기에 앞서 국민에게 국정 목표와 비전, 전략을 먼저 이해시킬 필요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는 경제부흥과 국민행복, 문화융성, 한반도 평화통일 기반 구축 등 박 대통령이 제시한 4대 국정기조가 여전히 추상적이라는 지적과 무관하지 않다.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는 “국민행복을 국정기조 앞부분에 배치했는데 현대 정부가 국민의 행복을 어디까지 보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명분이야 모두 그럴듯하지만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라며 “4가지 중 어느 것 하나도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국정기조의 적절성에 대해서는 평균 3.9점으로 공감을 표시하는 전문가가 많았다.
○ 정무·홍보 기능 강화, 대야(對野)관계 주목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에 대해서는 대체로 비판적(평점 2.0점)이었다. “이해하기 힘든 인사가 많았다(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거나 “민주화 이후 역대 정부 가운데 최대 인사실패 사례를 기록했다(장우영 대구가톨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등의 평가가 주를 이뤘다. 이광윤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나치게 고시 출신을 중용하면서 조직 전체의 유연성이 떨어졌다”고 했고, 박원호 교수는 “실수를 인정하고 교정하려는 노력이 크게 보이지 않은 점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는 청와대 참모진에 대한 부정적 평가(평점 2.6점)로도 이어졌다. 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청와대 참모진은 대통령의 지시를 수행하는 보좌역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국정운영의 동반자가 돼야 한다”며 “보다 능동적으로 대통령과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는 청와대의 참모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무·홍보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거나 “조언그룹의 범위를 지금보다 넓혀야 한다(강원택 교수)”는 등의 주문이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국회, 특히 야당과 접촉면을 넓혀야 국정운영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다는 조언도 많았다. 정윤재 교수는 “대통령의 국회 존중이 아직 의례적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대통령이 먼저 국회를 주권 수임기구로 인정하고 대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성이 교수도 “대야 관계에서 내용 못지않게 소통의 과정이 중요하다”며 “지금보다 파격적이다 싶을 정도로 접촉면을 넓혀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박 대통령이 추가적 증세 없이 복지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공공 부문에 대한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우영 교수는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같은 중요한 정책 비전이 없어 아쉽다”고 했고,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구조를 이룰 수 있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