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한푼이라도…1분이라도… 간편식, 대학가 점령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5일 03시 00분


삼각김밥… 샌드위치… 빵… 편의점 식사, 대학생 건강 위협

수업이나 과제 때문에 시간에 쫓겨 식사를 간편식으로 해결하는 대학생들이 많다. 대학가 인근에 간편식을 파는 식당도 늘고 있다. 고려대 주변에서 한 학생이 간편식을 손에 들고 걸어가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수업이나 과제 때문에 시간에 쫓겨 식사를 간편식으로 해결하는 대학생들이 많다. 대학가 인근에 간편식을 파는 식당도 늘고 있다. 고려대 주변에서 한 학생이 간편식을 손에 들고 걸어가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지방의 한 공대에 다니는 이용우 씨(24)는 하루 평균 1끼를 소위 ‘간편식’으로 해결한다. 빵, 샌드위치, 김밥 등이 주요 메뉴다.

식사는 후다닥 때우기 일쑤다. 주로 편의점과 빵집을 찾는다. 물론 이유가 있다. 일주일에 시험을 2, 3회씩 치르기 때문이다. 공부할 시간을 벌기 위해서는 식사 시간을 줄여야 한다.

대학 3학년생 심정현 씨(21·여)도 마찬가지다. 심 씨는 일주일에 2∼4끼를 편의점 음식으로 해결한다. 자취를 하는 탓이다. 1인분만 만들어서 먹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마땅히 요리할 음식도 생각나지 않는다. 나름대로 건강을 생각한다. 그래서 야채가 많이 들어가 있는 샌드위치를 주로 먹는다.

심 씨도 식사를 꼬박꼬박 챙겨 먹을 여유는 없다. 점심시간에 조별 과제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5끼 정도는 아예 식사를 거른다.

대학가, 간편식 전성시대

삼각김밥, 샌드위치, 빵 등 간편하게 끼니를 때우는 간편식이 대학생들의 생활 트렌드가 되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진이 지난달 10∼16일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대학생 166명에게 설문조사를 해본 결과 이런 트렌드가 어느 정도 확인됐다. 응답자들은 일주일에 평균 2.9회의 끼니를 간편식으로 해결한다고 응답했다.

대학생들은 왜 간편식을 먹는 것일까. 가장 많은 응답자(45.6%)들이 시간 부족을 꼽았다. 이어 비용(37.8%), 맛(3.8%)의 순이었다. 식사를 거르는 이유를 물었을 때도 반수(59.8% 이상)이 시간 부족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다이어트(7.1%), 비용(4.1%)은 이에 훨씬 못 미쳤다.

덩달아 간편식을 파는 가게들이 대학가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고려대 인근의 한 주먹밥집에선 하루에 600개가 넘는 주먹밥이 팔린다. 가격은 1500∼3000원대. 이 주먹밥집을 찾는 김모 씨는 “음식이 빨리 나오고 가격이 저렴하다. 맛도 있다”며 “일주일에 3, 4번씩,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대학가 인근 편의점들도 호황이다. 숭실대 인근의 한 편의점 직원은 “하루에 삼각김밥이 평균 40∼50개 팔린다”며 “점심시간대에는 (삼각김밥이) 부족해서 못 팔 때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아침과 점심시간이 붐빈다고 말했다.

주머니가 가벼운 대학생들에게 가격이 싸다는 것은 간편식의 큰 장점이다.

간편식을 판매하는 체인점 홈페이지를 보면, A 토스트 가게는 1200∼3000원, B 삼각김밥 집은 1000∼2000원, C 떡볶이 식당은 500∼5500원, D 컵닭 식당은 2000∼8000원이다. 보통 한 끼에 최소한 5000원을 넘는 일반 식당보다 훨씬 저렴하다.

잦은 섭취, 건강에 좋지 않을 수도

간편식을 아예 주식으로 이용하는 학생들도 있다. 대학생 조모 씨(26)는 일주일에 열 번은 편의점 음식으로 식사를 해결한다. 두세 번은 식사를 아예 거른다. 그가 이렇게 생활하는 이유는 돈 때문이다. 조 씨는 “자취하는 입장에서 매 끼를 사먹으면 하루 식비만 1만 원이 훌쩍 넘는다”며 “주먹밥으로 한 끼를 때워야 하는 현실이 슬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식사를 간편식으로만 때우거나 자주 거르면 장기적으로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성림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간편식을 자주 먹다 보면 집에서 식사를 할 때보다 영양 균형이 떨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젊었을 때 유제품을 잘 안 먹었다면 칼슘이 부족해진다. 이 경우 나이가 들어 뼈엉성증(골다공증)이 생길 수 있다. 기름진 음식만 먹고 채소를 별로 먹지 않았다면 암이나 만성질환에 걸릴 수도 있다. 젊은 나이에 간편식으로만 끼니를 때우다 보면 이처럼 나이가 들어 여러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런 까닭에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식품안전정보서비스 웹사이트인 ‘푸드나라’에서도 외식할 때 메뉴를 적당히 바꿔서 다양한 음식을 먹을 것을 강조하고 있다.

푸드나라에 따르면 식사를 거르는 건 더욱 건강에 좋지 않다. 밥을 굶으면 다음 끼니에 과식이나 폭식을 하기 쉽고, 영양 불균형과 비만 상태가 되기 쉽다.

특히 아침식사를 거르면 두뇌 회전에 필요한 포도당이 공급되지 못해 집중력과 사고력이 떨어진다. 공부나 과제 때문에 식사를 걸렀다가 오히려 학습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이 기사는 고려대 미디어학부와의 공동기획입니다. 취재에는 미디어학부 3학년 박의연 씨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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