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관장의 죽음으로 불거진 태권도 편파 판정 논란이 해당 심판의 제명으로 일단락 됐다. 이 심판은 태권도계에 더는 발을 들여 놓지 못하게 된다.
대한태권도협회는 산하 서울시태권도협회의 진상조사 결과에 따라 최근 판정 논란으로 물의를 일으킨 심판 최모 씨를 제명하기로 했다고 4일 밝혔다. 제명은 대한태권도협회가 줄 수 있는 징계 중에서 가장 무겁다.
서울시협회는 지난달 28일 태권도장을 운영하던 전모씨가 자신의 아들과 제자들이 오랫동안 특정 심판의 편파 판정으로 피해를 봤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진 뒤 이튿날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렸다.
전씨는 유서에 '경기 종료 50초를 남기고 아들과 상대방의 점수 차이가 5-1로 벌어지자 (주심이) 경고를 날리기 시작했다', '50초 동안 경고 7개를 받고 경고패한 우리 아들은 태권도를 그만두고 싶다고 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당시 경기 내용은 동영상으로 만들어져 인터넷에도 배포됐다. 이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숨만 쉬어도 경고였을 듯. 어이가 없다", "심판 본인의 감정으로 심판을 봤나?", "문제의 심판이 참여한 경기는 모조리 분석해야 할 것이다", "이 동영상을 보고 자식 태권도 시킬 부모는 거의 없을 듯", "누군가는 죽어야 움직이는 시스템이 싫다" 등 비난을 쏟아냈다.
이에 서울시협회는 문제가 된 지난달 13일 치른 제94회 전국체육대회 고등부 3차 선발전의 경기 동영상을 분석하고 심판 등 해당 관계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판정이 객관적이고 타당했는지를 조사했다.
해당 경기에서 주심을 본 최씨가 전씨의 아들에게 준 경고는 모두 8차례로, 7번의 경고가 3회전에 나와 논란이 됐다.
서울시협회 진상조사위는 이 중 다섯 차례는 태권도 경기 규칙에 합당하게 적용했지만 세 차례 경고는 부적합했던 것으로 파악했다.
두 차례는 전씨 아들의 한 발이 한계선에 걸쳐 있었지만 최씨는 두 발이 모두 나간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경고를 줬다. 또 한 번은 전씨의 아들이 상대 공격에 얼굴을 맞지 않았다고 시위한 행위에 대해 최씨는 경고를 줬지만 상대 선수에게는 역시 득점했다고 시위했음에도 경고를 주지 않았다.
서울시협회는 "경고 사항에 대해 공정성과 객관성에 문제가 있고, 주관적 판단에 따라 경고를 준 것으로 보인다"는 조사결과와 함께 최씨에 대한 제명 결정을 대한태권도협회에 보고했다.
또 "최씨가 실수를 인정했지만 고의성에 대해서는 부인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협회는 최씨에 대한 징계와는 별도로 기술심의위원회 의장단과 심판부에도 책임을 물어 일괄 사표를 받기로 했다.
대한태권도협회 기술전문위원회 품새경기 부의장이기도 한 최씨는 인천시태권도협회 상임심판으로서 타 시도에서 심판활동을 할 수 없으나 이를 어겨 인천시협회에서는 무기한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한편 대한태권도협회는 유가족을 방문해 위로와 사과의 뜻을 전하기로 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내 놓았다.
대책은 △ 제도개선 특별위원회 설치 △ 전국 심판등록제 실시 △ 불공정한 판정 신고센터 설치 △ 경기 지도자 공청회 개최 △ 경기 규칙 개정을 통한 경고, 판정 기준 구체화 등 재발방지대책을 내놓았다.
또 대국민사과문을 통해 "이번 사태가 발생하기까지 관리가 부족했던 점을 깊이 반성하며 두 번 다시 이러한 일이 야기되지 않도록 모든 조치를 다하여 국민 여러분께서 또다시 걱정하시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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