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함께, 부활 전통시장]<3> SK텔레콤 - 인천 신기시장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1일 03시 00분


방앗간도 태블릿PC로 고객 관리… 시장이 똑소리 납니다

첨단기술 적용하니 장사도 ‘쑥쑥’ “전통시장이 정보통신기술(ICT)과 만났습니다.” 7일 오전 인천 남구 신기시장 상인들이 SK텔레콤으로부터 제공받은 소상공인 경영지원 솔루션 ‘마이샵’ 프로그램을 실제 작동해 보면서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첨단기술 적용하니 장사도 ‘쑥쑥’ “전통시장이 정보통신기술(ICT)과 만났습니다.” 7일 오전 인천 남구 신기시장 상인들이 SK텔레콤으로부터 제공받은 소상공인 경영지원 솔루션 ‘마이샵’ 프로그램을 실제 작동해 보면서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전통시장 상인들이 아직도 장사를 주먹구구식으로 한다고요? 섭섭하네요. 매출 추이, 재고, 고객관리 등을 정보기술(IT)을 활용해 처리하고 있어요.”

7일 인천 남구 신기시장에서 만난 김정민 영종방앗간 사장(40). 그저 떡 찧는 방앗간쯤으로 생각했다가 퉁명스러운 핀잔을 들어야 했다. 김 사장은 보란 듯 태블릿PC를 집어들더니 최근 열흘간의 상품별 매출 추이와 원재료 재고 상황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줬다.

이 단말기에는 SK텔레콤이 소상공인 경영지원을 위해 개발해 무료로 제공한 프로그램 ‘마이샵’이 깔려 있다. 김 사장은 "이 기계 하나로 카드결제는 물론이고 매출입 관리를 간편하게 할 수 있다"며 “조작하기 쉬운 프로그램이어서 바쁜 상인들에게 제격”이라고 말했다.

● 도전의 신기시장, “우리도 대형마트처럼 첨단 마케팅”

신기시장은 한국 전통시장의 ‘모범생’이다. 시장전문가들은 각종 전통시장 평가에서 이 시장을 대표적 사례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생긴 지 40년이 채 안되며 점포가 120개에 불과한 중형 시장이 내로라하는 대형 전통시장을 물리치고 후한 평가를 받는 것은 신기시장의 도전과 성공의 역사 덕분이다.

인천 구도심에서 남쪽 문학산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신기시장은 외견상으로 여느 전통시장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신기시장은 다른 전통시장이 해보지 못한 ‘대박’을 여러 차례 터뜨렸다. 비가림막(아케이드) 예산을 따내기 위해 전국 시장 가운데 처음으로 시장협동조합을 결성(2004년)했고 2006년에는 국내 1호 상인대학을 설립했다. 시장 마크를 도안해 넣은 장바구니와 비닐봉투를 자체 제작했고 홍보리플릿과 홈페이지까지 만들었다.

SK텔레콤은 신기시장 상인들의 이 같은 열정에 주목했다. 상인들의 혁신 의지에 통신기업의 마케팅 능력이 결합하면 큰 효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이었다. SK텔레콤이 지난달 20일 신기시장과 상생협약을 체결하고 '마이샵' 보급을 결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상인들도 고객 개개인의 상품구매 패턴과 선호도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신기술’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대형마트처럼 손님 개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타깃 마케팅’이 가능해져서다. 신신정육점 나상철 사장(43)은 “버튼 하나를 누르니 A고객이 어느 부위를 좋아하는지, 언제 많이 사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며 “이런 정보를 활용해 맞춤형 쿠폰을 보내면 효과가 작지 않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 다음 주부터 SK와 적립식 포인트 공유


신기시장 상인들의 도전과 모험이 언제나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인근에 들어선 대형마트와 경쟁하기 위해 2006년 도입한 적립식 포인트제는 뼈아픈 실패였다. 단골손님을 우대하기 위해 전통시장으로서는 처음으로 포인트제를 시도했지만 시장에서만 쓸 수 있는 포인트로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도입 5년 만에 조용히 사라졌다.

하지만 고객의 재방문을 유도할 수 있는 포인트제는 시장 상인들의 숙원사업이었다.

SK텔레콤은 신기시장과의 협의 끝에 SK관계사들의 적립식 포인트 제도인 ‘OK캐쉬백’을 개방하기로 결정했다. 다음 주부터 신기시장 내 가맹점포에서 물건을 사면 사용금액의 1%를 포인트로 적립할 수 있고 시장 밖에서 쌓은 포인트를 시장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다.

이날 신기시장을 찾은 김유진 씨(34·여)는 “대기업 캐시백 포인트를 전통시장에서도 쓸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며 "앞으로 시장에서 간단하게 장을 볼 때는 쌓여있는 포인트를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신영시장 고객들이 시장에서 포인트를 쓰면 같은 물건도 더 싸게 살 수 있는 할인 행사를 열 예정이다. 김종린 신기시장 상인회장(58)은 “대기업과 포인트를 공유하면 고객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고 다양한 시장 소식을 발송해 잠재고객을 끌어올 수 있다”며 만족스러워했다.

한편 SK텔레콤은 단골 고객에게 스마트폰으로 할인 쿠폰 및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스마트 월렛’ ‘스마트 전단’ 등 모바일 마케팅을 신기시장에 도입할 예정이다. 또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의 홈구장인 문학야구장과 가깝다는 이점을 살려 야구장 입장권을 가져오면 시장에서 할인쿠폰으로 바꿔주는 ‘전통시장-프로야구 연계 마케팅’도 계획 중이다.

올해 2월부터 시장 활성화를 위해 신기시장 측과 접촉해온 SK텔레콤 CSR팀 김동준 매니저는 “항상 배우고 바꾸려 하는 상인들의 열정이 감탄스럽다"며 "전통시장과 ICT융합 서비스가 본격화되는 하반기에는 매출 증대와 관리비 절감 등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신기시장은 38년 역사 인천의 대표시장… 하루 2만명 찾아 ▼


신기시장은 1975년 동인천 지역 상인들이 재개발로 주안동 쪽으로 옮겨오면서 세워졌다. 상인들은 ‘새롭게 일어서자’라는 뜻을 담은 ‘신기(新起)’를 시장 이름으로 삼았다. 초기에는 식료품과 생활필수품을 파는 동네시장이었지만 상인들이 합심해 상권을 키운 결과 이제는 하루 2만 명 이상이 찾는 인천의 대표 시장으로 발돋움했다.

신기시장의 특징은 상인의 70% 이상이 자신 소유의 점포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상인들의 주인의식도 높아 전통시장의 혁신에 관심이 높았고 이 같은 열정이 이제는 2세 상인에게 이어지고 있다.

올해 신기시장은 수도권 최초로 150대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타워와 고객-상인의 사랑방 역할을 할 3층 규모의 고객센터를 짓고 있다. 신기시장 측은 공사가 7월 마무리되면 전국 전통시장 관계자들의 견학이 잇따를 것이라고 전망한다.

신기시장은 인천의 지리적 여건에 맞게 시장의 국제화도 꾀하고 있다. 인천공항 환승객과 인천항으로 들어오는 크루즈 관광객을 끌어들여 한국의 전통시장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또 내년에 개최되는 인천 아시아경기대회가 신기시장 국제화의 디딤돌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천=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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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SK텔레콤#신기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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