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임원 추천때 인선배경 공개… CEO 후보군 만들어 투명성 강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1일 03시 00분


■ 금융지배구조 개선안 6월중 발표

인사 청탁으로 인한 금융계의 난맥상을 바로잡기 위해 금융 당국이 칼을 빼 들었다. 금융지주사 회장의 권한을 명확히 규정해 인사 전횡을 막고, 자회사의 이사회 책임성과 독립성을 강화해 지주사나 은행의 입김에 좌우되는 구조를 바꾸겠다는 게 당국의 목표다.

금융계 ‘연줄 인사’ 문제의 심각성은 금융 당국도 충분히 파악하고 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취임 직후 기자들과 만나 “금융권에 계시는 분들이 사회적으로 보면 먹고살 만한 분들인데 너무 인사에 민감한 것은 좀 그렇다”며 날을 세웠다.

금융위가 상반기 집중적으로 공을 들이고 있는 이른바 ‘4대 태스크포스(TF)’(금융회사 지배구조, 정책금융 개편, 우리금융 민영화, 금융감독체계 개편) 활동 가운데서도 금융사 지배구조 개편안은 핵심 사안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달에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안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계를 둘러싼 인사 잡음은 결국 지주사를 둘러싼 경영 주체들의 역할이 명확하지 않아 벌어진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금융위는 이른바 ‘최고경영자(CEO)에 좌우되는 위험’을 막기 위해 금융지주사 회장의 권한을 세밀하게 규정할 방침이다. 금융지주사가 자회사 대표나 임원을 추천할 때는 대표추천위원회를 구성하거나 인선 배경 등을 공개하도록 정해 회장의 ‘묻지 마 인사’를 막겠다는 것이다.

자회사 이사회의 책임성과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금융위는 주요 집행임원 인사를 단행할 때 이사회에서 지금보다 면밀한 심사를 거치도록 하고, 이사회 논의 내용도 외부에 상세히 공개하도록 관련 규정을 손볼 계획이다. 금융위는 이런 방안이 실현되면 지주회사에서 은행권 인사를 비(非)은행권 자회사로 내려보내는 게 훨씬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금융사 CEO의 임기나 보수 한도 등을 당국이 직접 정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회사마다 주주 구성이나 지배구조 등 특성이 다른 만큼, 정부가 일률적으로 금융사의 경영 원칙에 잣대를 들이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금융위는 법률을 고치는 대신 큰 틀을 시행령에 반영하고 나머지는 ‘모범규준’을 마련해 금융사에 권고하는 형식으로 이 방안을 실현시킬 계획이다. 법으로 규정하기에는 내용이 너무 구체적인 데다 자칫 금융회사 경영을 지나치게 통제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금융계 안팎에서는 이 같은 방안이 실제 효과를 거둘지 고개를 갸웃거리는 반응도 나온다. 금융계 연줄 인사의 근본적 이유는 주인이 뚜렷하지 않은 금융사 특유의 지배구조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시중은행의 한 부행장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십여 년에 걸쳐 만들어진 기형적 문화가 CEO를 둘러싼 제도 몇 개를 손본다고 고쳐지긴 어려울 것”이라며 “무엇보다 인사 문화를 혁신해야겠다는 CEO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금융계#인사 청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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