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4일간 바로 옆에서 그림자 안내… ‘인연’ 부각위해 실무대표 낙점한듯
北, 당국회담 대표단 명단 통보 안해… 靑관계자 “격 안맞으면 신뢰 어려워”
남북 당국 간 회담 실무접촉에 북한 수석대표로 나온 김성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 부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2002년 방북했을 때 그림자처럼 수행했던 여성인 것으로 밝혀졌다. 북한이 수많은 대남 협상 전문가를 제쳐 놓고 이례적으로 여성인 김 부장을 회담대표로 파견한 것도 박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한국미래연합 창당준비위원장이던 2002년 5월 11∼14일 3박 4일간 개인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했다. 당시 방문 상황이 기록된 유튜브 화면을 보면 김 부장은 박 대통령의 모든 방문 코스에 박 대통령 바로 옆에서 함께 다니며 안내했다. 김 부장은 검은 양장 차림에 손가방을 들고 동행했으며 비가 오는 날에는 박 대통령에게 우산을 씌워 주며 따르기도 했다.
동영상 속에는 모란봉 전망대에 올랐을 때 김 부장이 박 대통령에게 “이 우(위)에가 중앙떼레비죤 방송입니다”라고 설명해 주고 박 대통령이 웃으며 “예, 제가 설명 들었습니다”라고 대답하는 음성도 담겨 있다. 박 대통령이 평양산원 평양지하철 동명왕릉 등을 방문했을 때도 김 부장은 나란히 보조를 맞추면서 걸었다. 화질 때문에 정확히 확인하긴 어렵지만 5월 13일 백화원초대소에서 박 대통령이 김정일과 만났을 때에도 옷차림 등으로 볼 때 김 부장으로 추정되는 여성이 멀찍이 동행했다.
이를 감안하면 김 부장은 37세 때인 2002년에 이미 북한에서 주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그가 북한 실세의 딸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청와대 관계자는 10일 남북당국회담 수석대표의 급을 놓고 남북이 진통을 겪고 있는 것과 관련해 “(수석대표의) 격(格)이 서로 맞지 않으면 시작부터 상호 신뢰하기가 다소 어려운 대목이 있지 않겠느냐”며 “격을 맞추는 것은 회담에 임하는 기본 자세”라고 말했다. 이어 “비슷한 위치에 있는 분들끼리 책임 있게 (회담을) 하는 것은 당연하고 상식적인 얘기”라며 “(수석대표의 급은) ‘국제적 스탠더드’에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9, 10일 무박 2일의 밤샘 협상을 벌인 판문점 실무접촉에서 수석대표의 위상을 장관급에 해당하는 ‘책임 있는 당국자’로 명기하자는 한국 정부의 제안을 끝까지 반대했다. 북한은 11일 0시까지도 대표단 명단을 보내오지 않았다. 이 때문에 남측은 대표단의 구성은 물론이고 회담을 장관급으로 할지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북한이 보내오는 대표단의 수위에 맞춰 남측 대표단을 확정해 북측에 통보할 예정이다.
북한 대표단의 숙소 겸 회담장은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로 정해졌다고 한 관계자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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