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무차별 개인정보 수집을 폭로한 전 중앙정보국(CIA) 요원 에드워드 스노든(29)의 신병 처리 문제가 미중 관계를 시험대에 올려놨다. 7, 8일 양국 정상이 캘리포니아 주 랜초미라지에서 만난 직후여서 이번 사건을 어떻게 다룰지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스노든은 지난달 20일 홍콩으로 와 줄곧 머무르고 있으며 10일 침사추이(尖沙咀)의 미라 호텔에서 체크아웃한 뒤에는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NSA는 이미 법무부에 스노든의 행위가 국가반역죄에 해당할 수 있다며 수사를 의뢰했다. 미국은 홍콩과 맺은 범죄인 인도조약에 따라 스노든의 본국 송환을 요청할 수 있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스노든을 송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피터 킹 하원 국토안보위원장은 10일 “하루빨리 스노든을 송환해야 한다”며 “그 어떤 나라도 이 사람에게 정치적 망명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미국과 홍콩의 범죄인 인도조약은 1996년 체결됐다. 미국에서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결국 스노든 송환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최근 미중 관계를 고려할 때 중국이 송환을 거부할 가능성은 희박하게 보고 있다. 오랫동안 홍콩 정부는 미국 사법 당국과 송환 사건에서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해 왔다.
중국은 외교 안보적 이유이거나, 혹은 송환 요청이 정치적 동기에 의한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을 때는 홍콩 정부에 스노든을 송환시키지 말라는 지시를 내릴 수 있다. 그러나 법률 전문가들은 이 같은 예외적 이유가 적용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고 ABC방송은 전했다.
미국의 인권 공세에 시달려 온 중국으로서는 역공을 퍼부을 호기를 만났다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 범죄인 인도조약에는 정치적 사안인 경우에는 송환에 응하지 않을 수 있다는 예외조항이 있다. 더욱이 홍콩은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의 주동자들이 서방으로 망명하는 경유지였다. 미국이 법만 내세워 스노든 송환을 요청하기에는 도덕적 명분이 부족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이 미국과 갈등 대신 협력과 공생을 추구하는 ‘신형 대국관계’를 선언한 이상 이 문제로 각을 세우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도리어 난처한 상황에 처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자니 국제사회의 비난을 뒤집어써야 하고, 그러지 않자니 새 대미 외교의 근간이 흔들릴 상황이기 때문이다. 자칭궈(賈慶國)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중국은 이번 사건이 모처럼 맞은 양국 간 화해 무드를 깨뜨리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며 작년 2월의 ‘왕리쥔(王立軍) 사건’을 상기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관건은 중국이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하면서 미국의 송환 요구를 들어줄 수 있는 공간을 미국이 어떻게 만들어 주는가에 달렸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 대변인은 스노든이 망명을 요청하면 수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스노든은 아이슬란드로 가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했지만 아이슬란드 측은 이를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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