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정 항의 퇴장 작년 3명 올해 벌써 2명 선수와 심판 간의 갈등 서로 네탓이오? 오심의 반복…심판 권위 스스로 세워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4일 상벌위원회를 열어 넥센 김병현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한다. 김병현은 12일 사직 롯데전 4회말 교체되던 도중 상대 덕아웃 쪽으로 공을 던져 퇴장을 당했다. 징계 수위 결정의 초점은 김병현이 심판 판정에 불만을 품고 의도적으로 볼을 던진 것이냐 아니냐의 여부다. 이와는 별도로 이번 사건이 각 구단 선수들과 심판진 사이의 누적된 갈등이 표출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또 이번을 판정 갈등을 되짚어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 ‘고난의 직업’ 심판
‘그라운드의 판관’, ‘그라운드의 포청천’으로 불리는 심판은 그야말로 음지에서 일하며 양지를 지향한다. 때로는 볼에 맞아 온몸에 피멍이 들고, 여름철이면 보호장비 탓에 비 오듯 땀을 쏟는다. 그러나 열 번 잘 보다가도 단 한 번 잘못 보면 큰일이 난다. TV 중계와 인터넷 문화의 발달로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현장을 뛰는 심판들은 “날이 갈수록 힘들어진다”고 하소연한다. 경기 결과를 좌우하는 결정적 오심은 여론의 뭇매뿐 아니라 성난 팬들로부터 심한 돌팔매를 낳기도 한다. 잘하면 칭찬은 받지 못하지만, 잘못하면 ‘죽을 죄’를 짓게 되는 것, 이것이 심판의 숙명이다.
● 계속되는 퇴장은 선수 잘못? 심판 잘못?
지난해 A팀 감독은 4강 싸움이 한창이던 9월 초 결정적 오심 탓에 경기의 흐름을 넘겨줘 역전패했고, 결국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A팀 감독은 나중에 “4강 싸움은 사실상 거기서 끝났다. 올해 내 운이 여기까지밖에 안 되는 것”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두산 홍성흔은 올 시즌 개막 직후 심판의 스트라이크-볼 판정에 강하게 항의하다가 퇴장을 당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의 비공식 집계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심판 판정에 불만을 내비치거나 욕설을 하다 퇴장을 당하고 징계까지 받은 이는 모두 34명이다. 지난해에도 3명이 있었고, 올해는 홍성흔에 이어 김병현까지 벌써 2명이 나왔다.
● 심판의 권위, 스스로 세워야 한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국내 심판진의 공정성은 메이저리그나 일본프로야구에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누구든 자기중심적으로 해석하고 바라보는 게 세상 이치다.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선수들은 이기적 입장에서 자신에게 유리하게 생각한다. 심판의 ‘객관적이면서도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될 수밖에 없는 모든 스포츠에서 심판과 선수(단)의 갈등은 거스를 수 없는 운명과 같다.
하지만 일부 현장 야구인들이 지적하듯, ‘오심을 했던 심판이 또 오심을 한다’는 주장에는 귀를 기울일 필요도 있다. B팀 감독은 “연차가 쌓여도 능력이 떨어지면 과감히 2군으로 내리고, 젊어도 능력이 있으면 1군에서 심판을 볼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한국프로야구만의 독특한 심판문화를 따끔하게 질타했다.
언제부터인지 항의하러 나간 감독들은 심판의 나이가 어릴 경우 반말을 하고 있다. 이 역시 바로잡아야 한다. 야구장 밖에서라면 몰라도 그라운드 안에선 누구든 심판의 권위를 존중해야 한다. 심판 스스로도 자신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