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편집국 봉쇄’ 노사갈등 격화…사측은 “정상화 조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6일 14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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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의 200억원 배임 의혹'과 '편집국장 경질'에 따른 기자들의 반발로 시작된 한국일보 사태가 사측의 '편집국 봉쇄'라는 극단조치로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16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본사 로비에 모인 한국일보 기자들은 비상대책위원회 총회를 기다리며 사측을 규탄하는 팻말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

한국일보 노동조합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장재구 회장 등 사측 인사 15명이 15일 오후 6시 20분께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진빌딩 15층에 있는 편집국에 진입해 일하던 기자 2명을 밖으로 내쫓고 편집국을 봉쇄했다. 이 과정에서 사측은 15명 정도의 외부 용역직원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은 당시 편집국 내 기자들에게 '회사의 사규를 준수하고 회사가 임명한 편집국장 등의 지휘에 따라 근로를 제공할 것임을 확약한다'는 내용의 '근로제공 확약서'에 서명하라고 강요했다. 이에 서명을 거부하는 기자들은 여지없이 쫓겨났다.

사측은 15층 편집국의 출입문을 봉쇄하고 편집국으로 통하는 엘리베이터 3대와 비상계단도 폐쇄했다고 비대위가 전했다.

사측은 아울러 기자들이 기사를 작성·송고하는 전산시스템인 기사 집배신을 폐쇄하고 기사 집배신에 접속할 수 있는 기자들의 아이디도 모두 삭제했다. 이 때문에 기자들이 기사 집배신에 들어가려 아이디를 넣으면 '퇴사한 사람입니다. 로그인을 할 수 없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뜨며 접속이 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대위는 "현재 한국일보 편집국은 사측 인사와 용역들에 의해 장악된 상태"라며 "이는 대한민국 언론 역사상 유례가 없는 초유의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일보 사측은 이번 사태에 대해 "편집국 봉쇄가 아닌 정상화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한국일보 박진열 사장은 성명서를 통해 "회사는 편집국을 폐쇄하지 않았다"며 "인사 발령에도 불구하고 편집국을 장악하며 정상제작을 방해해온 전 편집국 간부 같은 외부 인사의 출입을 선별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를 취한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박 사장은 "정상적인 신문 제작에 동참하겠다는 편집국 간부나 기자들은 누구나 편집국 출입을 할 수 있고 회사는 충돌을 막기 위해 남대문경찰서에 10명의 시설경비요원을 사전 신고하는 등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고 주장했다.

앞서 비대위는 지난 4월 29일 장 회장이 개인적 빚 탕감을 위해 회사에 200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쳤다며 장 회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한국일보는 지난달 1일 사측이 이영성 편집국장을 보직 해임했다. 이에 편집국 기자들이 보복인사라고 반발하면서 편집국이 이중으로 운영돼 왔다.

한편 서울고용노동청도 실태파악에 착수했다. 서울고용청은 "한국일보 실태를 파악하고 있다"며 "향후 조정 신청이 들어오면 개입 등을 고려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한국일보#편집국#집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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