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때 사업 확장한 자원-에너지 공기업 성적 저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9일 03시 00분


[공공기관 경영 평가]공공기관장 대대적 물갈이 예고

이번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의 특징은 비리, 도덕적 해이로 물의를 일으킨 기관들에 대해 엄격한 평가 잣대를 적용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최근 원자력발전소 부품 비리 사건과 관련해 각종 추문이 불거진 에너지 관련 공공기관들의 평가 점수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기관 평가와 기관장 평가에서 D, E등급 등 ‘낙제점’이 대거 늘어남에 따라 정부의 공공기관장 물갈이가 조만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점수가 낮은 기관장들을 비롯해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기관장, 이미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난 기관장들을 합치면 올해 안에 100명 이상이 교체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비리-도덕적 해이에 엄격한 평가 잣대

기관장들의 평가점수가 대폭 낮아진 것은 지난 1년간 납품·채용 비리 등 윤리경영 기준에 위반되는 사건 사고가 유난히 잦았기 때문이다. 원전 부품 시험성적서 위조 등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한수원은 기관과 기관장 모두 D등급으로 경고 처분을 받았다. 김균섭 전 한수원 사장은 이미 사건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상태.

우체국물류지원단 역시 최근 감사원의 특별점검에서 기간제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채용 비리가 드러난 영향으로 기관·기관장 평가에서 모두 D등급을 받았다. 최하위(E) 등급을 받은 김현태 대한석탄공사 사장은 막대한 부채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지난해 태백 장성광업소에서 안전사고로 2명의 광원이 숨진 일도 영향을 미쳤다.

E등급을 받은 박윤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장은 국내 원전의 안전 문제보다 해외 사업에만 치중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기관 평가에서는 지난 정부의 역점사업을 수행했던 자원개발 및 에너지 관련 공기업들이 무더기로 철퇴를 맞았다. 한국광물자원공사는 지난해에 B등급을 받았지만 올해는 최하인 E등급으로 세 계단이나 미끄러졌다. 지난해 D등급으로 성적이 좋지 않았던 한국석유공사와 대한석탄공사도 E등급으로 한 등급 더 떨어졌다.

○ 발전 자회사들 “전력난 극복 기여” 높은 등급

비리와 도덕적 해이로 나쁜 점수를 받은 원자력 관련 공공기관들과 달리 한국전력의 발전 자회사들은 상위등급을 받았다. 한국남부발전과 남동발전은 기관 평가에서 최고등급(S)보다 한 단계 낮은 A등급을, 동서발전과 서부발전은 B등급을 각각 받았다.

김재신 기획재정부 평가분석과장은 “발전 자회사들은 원전이나 화력발전소 사고가 났을 때 긴급히 고열량탄을 확보해 발전소 용량을 확대하는 등 전력난 극복에 적극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KOTRA는 외국인 투자유치 성과 개선, 예금보험공사는 직원 수 대비 노동생산성 증가 등을 인정받아 기관 평가 A등급을 받았다. 기관장 평가에서는 한국언론진흥재단과 KOTRA를 비롯해 예보,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등의 15명이 A등급을 받았다.

한편 이번 평가에서 용산 개발사업 실패로 손실을 떠안게 된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기관장 부문 B등급을 받고, 4대강 사업 때문에 부채가 늘어난 수자원공사가 기관 부문 B등급을 받아 평가의 적절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기재부 당국자는 “코레일은 용산 개발 실패를 차량고장 감소 등 다른 부문에서 만회했고 수자원공사의 4대강 사업 부채는 정부사업을 대행하며 발생했다는 점을 참작해 평가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 “B, C등급도 불안” 관측도

경영평가 결과는 공공기관장 인선의 참고자료로 사용될 뿐 그 자체가 교체 여부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번 평가 결과는 지난 정부가 임명한 기관장들을 물갈이하는 중요한 근거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석준 기재부 제2차관은 “경영평가는 기관장 인사 결정의 중요한 요소이지만 최종 판단은 결국 인사권자의 몫”이라고 말했다.

규정상 기관장 평가에서 2년 연속 D등급을 받거나 E등급을 한 번 받으면 해임 대상이다. 올해 평가에서 2년 연속 D등급을 받은 기관장은 없었고 E등급은 2명뿐. 하지만 공공기관장의 교체가 진행 중인 만큼 기준에 해당하지 않아도 D등급일 경우 교체 가능성이 높아진다. 일각에서는 B, C등급 중에도 교체 대상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이 공공기관장 인선의 기준으로 제시한 ‘전문성’과 ‘국정철학’ 중 전문성 부문에 이날 발표된 경영실적 평가를 상당한 비중으로 반영할 계획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평가 점수뿐 아니라 작년과 비교해 점수가 얼마나 개선됐는지, 임기가 얼마나 남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교체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주 일시 중단됐던 기관장 인선도 곧 재개될 예정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후보 추천을 다각화하라는 지시에 따라 3배수였던 후보 수를 늘려서 인선을 (다시)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세종=유재동 기자·장원재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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