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 年1억건 공개… 숨은 복지혜택까지 맞춤 서비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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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3.0’ 비전 선포

#장면 1. 주부 조모 씨(42)는 먹을거리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한 TV 프로그램에서 ‘개 사료로 만든 황태국’이나 ‘3년 된 쌀로 지은 편의점 도시락’ 소식 등을 접한 뒤부터다. 하지만 머잖아 조 씨는 그런 고민을 상당부분 덜 수 있게 될 것 같다. 인터넷 ‘식품안전 정부포털’에 접속하면 수입식품 원산지부터 유통과정, 불량식품 제조사와 상품명은 물론이고 날씨에 따라 조심해야 할 음식과 식중독 발생 지역까지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장면 2. 초보운전자 영업사원 김모 씨(31)는 도로에 나설 때마다 신경이 곤두선다. 특히 잘 모르는 지역에 가면 주차공간을 찾지 못해 한참을 도로 주변에서 헤매다 스트레스가 쌓인다. 그러나 앞으로는 그런 스트레스가 줄어들게 된다. 전국의 주차 현황을 통합 운영하는 사이트에 모바일로 접속하면 지자체별로 관리하고 있는 주차장 위치와 비어있는 주차 공간, 요금, 운영시간 등을 실시간으로 알려주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2017년까지 대한민국에서 실현될 ‘민생 서비스’다. 박근혜정부가 ‘국민과 밀착된 맞춤형 정부’를 선언했다.

안전행정부(장관 유정복)는 19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정부 3.0’ 비전 선포식을 열었다. 1.0이 정부 주도의 계획, 2.0이 관과 민의 소통 차원이었다면, 3.0은 국가가 보유한 방대한 정보 데이터를 국민과 공유함으로써 개개인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서비스 시대를 뜻한다.

유 장관은 “각 부처 및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국민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교통, 민원 등 생활정보와 대규모 사업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12년 31만 건이던 정보 공개 건수가 내년부터 연간 1억 건 이상(일부 비공개 자료 제외)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현재 어린이집 관련 정보는 제한적으로만 공개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학부모가 안심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모든 어린이집의 아동 및 보육교사 수, 급식 상황, 위반 처분 현황 등을 실시간 공개한다.

기상 교통 지리 교육 복지와 관련한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자료도 통합 운영된다. 공공 데이터 포털(data.go.kr)에서 국민들이 원하는 자료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각종 정책의 수립부터 평가까지 국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 정책토론과 설문조사도 활성화된다. ‘정부 3.0’은 우리 실생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 일생을 책임지는 수요자 맞춤 서비스

직장인 이모 씨(38·여)는 최근 셋째 아이를 낳고 고용보험공단에 산전후 휴가 급여를 신청해 90일 휴가분에 해당하는 135만 원을 받았다. 거기에 ‘육아 휴직 시 건강보험료 경감’과 ‘다자녀 가구 전기료 감액’ 혜택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과거에는 고용보험공단, 한국전력공사 등 관련 기관을 각각 방문해 신청했지만 이제는 해당 자치구 주민센터에 등록만 하면 모든 서비스를 받게 된다. 주민센터가 ‘복지 허브’로 탈바꿈하는 셈이다.

이처럼 앞으로 출생신고를 하면 예방 접종 시기, 영유아 보육비 지원일까지를 정부에서 알려준다. 초중고교생 학부모에게는 학교 주변의 우범 상황부터 입시정보까지 제공한다. 대학생에게는 학자금 대출과 취업정보를, 중장년층에게는 소자본 창업 방법을 알려준다. 노인을 대상으로는 노령연금 수령법을 소개하고 일자리를 추천한다. 정부의 ‘생애주기별 맞춤 서비스’다.

또 정부대표포털(korea.go.kr)에 접속하면 올해부터 주택가격 확인 및 전입신고, 장례, 유족 연금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내년부터는 부동산 거래와 산재보험 등으로까지 확대된다.

장애인의 경우 현재 자치단체와 해당 기관에 개별적으로 등록하던 것을 해당 기초자치단체에만 등록하면 통합 안내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각종 민원서류를 집배원을 통해 무료로 배달도 해준다.

○ 범죄 및 교통 문제 줄이고 일자리 창출까지…

정부는 경찰청 중심으로 범죄 발생 지역별 인구 통계와 범죄 기록, 주민 신고 현황 등의 데이터를 분석해 장소별 시간대별 범죄현황 지도를 만들기로 했다. 범죄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순찰인력을 우선 배치해 범죄 발생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반칙운전’에 따른 교통사고 감소를 위한 주민참여 제도도 마련한다.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사고 유형과 시간대별 현황을 파악해 신호등을 설치하는 등 대책을 마련한다. 민원 게시판의 의견도 적극 반영한다.

정부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등을 이용해 실시간 도로소통정보 등 교통 관련 데이터를 확대 개방하면 교통혼잡비용이 연간 3조6000억 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관련해 교통 관련 모바일앱 개발자, 교통서비스 분석관, 교통정보를 활용한 부동산 분석가 등의 일자리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미래창조과학부와 중소기업청, 안행부 등이 협업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지난해 한국정보화진흥원과 KAIST 조사에 따르면 정부가 공공데이터를 전면 개방하면 15만 명에게 일자리가 생기고 24조 원의 경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 국민이 참여하는 ‘직접 민주주의’ 확대

정부는 고비용 사업이나 주요 국정 과제를 실행하기 전에 온라인 투표로 국민 의견을 듣는다. 남녀노소 모두가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이를 각종 정책에 반영하는 것. 안행부 관계자는 “전화나 문자메시지,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해 다양한 아이디어와 불편사항을 수렴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민신문고(epeople.go.kr) 내에 운영 중인 ‘국민행복제안센터’에 전화 우편 팩스 접수를 확대한다. ‘아이디어 마당’(가칭)은 주요 정책이나 제도를 마련하기에 앞서 국민과 전문가, 공무원이 참여하는 온라인 참여 공간으로 꾸민다.

이 같은 여론 수렴 다각화는 프랑스의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 프랑스는 대규모 국책사업을 진행할 경우 사전에 6개월간 여론 수렴 과정을 거친다. 안행부 박찬우 1차관은 “쇠고기 파동이나 4대강 사업처럼 논란이 된 사안에 대해 공론화를 위한 인터넷 투표를 할 수 있다”며 “정보를 개방, 공유, 소통, 협력함으로써 정부와 국민은 더 가까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 “정보통합 통해 민원 원스톱 서비스… 데이터 개방땐 다양한 일자리 창출” ▼

■ 유정복 안행부장관 일문일답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사진)은 19일 발표한 ‘정부 3.0’에 대해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민을 위한 행정을 하겠다는 의미”라고 요약했다. 국가의 모든 정보를 개방해 국민이 편리한 일상생활을 하도록 하고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얘기였다.

―‘정부 3.0’을 쉽게 설명한다면….

“정부 3.0은 박근혜정부의 국정비전인 ‘국민행복, 희망의 새 시대’를 열기 위한 정책이다. 그동안 여러 곳에 분산돼 있던 정보를 하나로 통합해 국민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돕겠다는 취지다.”

―정부 3.0을 통해 국민이 실질적으로 얼마나 편해질까.

“각 부처의 정보를 하나의 시스템에 통합하면 국민이 한 번의 민원신청으로 관련된 모든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받을 수 있다. 그러면 출생부터 취학, 이사 등 생활 전반에 걸쳐 국민 개개인에게 필요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받게 된다. 현재 주민등록등본 등 민원서류 신청과 발급 위주로 되어 있는 정부민원포털 ‘민원24’를 확대 개편해 운전면허갱신일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생활민원정보까지 통합해 안내할 계획이다. 기업의 경제활동과 관련해서도 부처별로 흩어져 있는 지원사업을 통합 관리해 맞춤형 창업과 기업 활동을 지원할 생각이다. 또 지방자치단체의 인허가 창구를 단일화해 창업과 기업의 민원 처리기간을 대폭 단축할 것이다.”

―정부 3.0으로 구체적으로 어떻게 일자리가 만들어질까.

“정부가 갖고 있는 공공데이터 개방을 확대하면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가 생긴다. 예컨대 상세한 기상정보를 개방하면 1차적으로 날씨예보와 관련된 산업과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이어 지리·에너지 정보 등과 연계된 새로운 산업이 활성화된다. 서울시가 버스 관련 데이터를 실시간 제공한 뒤 버스나 지하철 등과 관련된 앱이 2554개나 생겼고 관련한 일자리가 만들어진 게 그 사례다. 이 밖에 교통, 지리, 특허 등 국민의 개방요구가 큰 분야의 정보가 개방되면 다양한 일자리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래창조과학부, 중소기업청 등 관련부처와 공공기관, 지자체가 범정부적인 협업체계를 구성해 일자리 만들기를 지원하겠다.”

―앞으로 정부 3.0에 대한 비전을 어떻게 실현시킬 것인가.

“국민이 일상생활에서 정부 3.0을 체감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조속히 개정하고 제도적 기반과 추진체계를 구축해 나갈 예정이다. 이와 관련한 시스템과 일자리 만들기가 얼마나 진행되고 있는지를 분기별로 국민에게 보고하는 자리를 갖겠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바로잡습니다]

‘국가정보 年 1억 건 공개…숨은 복지 혜택까지 맞춤 서비스’ 기사에서 안전행정부 1차관은 ‘박찬우 차관’이기에 바로잡습니다.
#정부 3.0#복지#유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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