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에서 열세 번 수술을 받고도 병을 못 고친 아이가 한국에서 수술을 받고 회복됐다. 이명덕 서울성모병원 소아외과 교수팀은 선천적 소장 기형인 ‘전결장형 무신경절증’을 앓고 있던 몽골 아이 부머딘 볼더린 군(3)을 성공적으로 치료했다고 19일 밝혔다.
이 병에 걸리면 결장이 수축운동을 하지 못한다. 때문에 대변이 결장을 통과하지 못하고 굳어버린다. 시멘트처럼 딱딱해진 변은 작은창자에 모인다. 수술을 받지 않으면 배가 불러오고 작은창자가 크게 늘어나 장폐쇄증이 발생한다. 장의 내용물을 토하기도 하고, 소장이 터지면서 복막염에 걸려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볼더린 군은 한국에 오기 전까지 병명도 모른 채 13차례의 수술을 받았다. 의사는 “수술 부위의 세포가 망가져서 더이상 수술할 수 없다”고 했다. 볼더린 군의 부모는 아이를 고쳐줄 병원을 수소문했다.
올 1월 부모가 찾은 곳이 몽골 성모 진료소.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인 김중호 신부가 2004년에 세운 ‘미니 병원’이다. 서울대교구, 학교법인 가톨릭학원, 가톨릭중앙의료원의 후원으로 운영된다. 이 진료소를 통해 아이의 딱한 사정이 서울성모병원에 알려졌다. 병원은 외국의 저소득층 환자에게 항공료와 체재비를 지원해주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나눔의료사업’을 활용했다.
볼더린 군은 지난달 15일 할머니(49)와 함께 한국에 왔다. 9일 후인 지난달 24일엔 5시간 반에 이르는 수술을 받았다. 이 교수는 아이의 결장을 자른 뒤 소장을 항문에 바로 연결해 변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입원기간 동안 발생한 치료비는 3000만 원. 서울성모병원이 전액 부담했다.
볼더린 군의 할머니는 “한국의 수준 높은 의술에 감동했다. 우리가 받은 은혜를 결코 잊지 않겠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이들은 19일 퇴원한 뒤 바로 귀국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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