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기준 적합” 헬기-초계함 제공
‘태극기 휘날리며’ 요청 거부했다 후회… 여순사건 다룬 ‘애기섬’ 돕다 곤욕도
경남 창원시 해군진해기지사령부 부두에선 현재 영화 ‘N.L.L-연평해전’ 막바지 촬영이 한창이다. 제2차 연평해전을 다루는 영화 제작에 해군은 군복 공포탄은 물론 고속정 초계함 헬기까지 동원해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해군 관계자는 19일 “해군 잠수부대를 다뤘던 영화 ‘블루’(2002년)와 독도를 두고 한일 해군이 대치한 장면이 포함됐던 영화 ‘한반도’(2006년)에 이어 해군이 대대적인 지원에 나선 것은 연평해전이 세 번째”라고 설명했다.
모든 영화가 연평해전처럼 군의 협조를 받는 것은 아니다. 국방부에 따르면 1년에 수십 개의 시나리오가 육해공군과 국방부에 쇄도한다. 군복 등 군대 내 소품 지원 요청에서부터 전쟁 장면을 찍기 위해 함정이나 전투기 출동이 필요하다는 부탁까지 군의 다양한 협조를 구하기 위해서다. 이 중에서 실제 군의 지원을 받는 작품은 5편 이하다. 영화 내용이 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거나 국가 이념에 반하는 인물이나 정책을 긍정적으로 그린다는 점 때문에 ‘지원 거절’ 결정이 내려지는 경우가 많다.
국가안보나 정부 시책에 부합하는 영화라 할지라도 군 당국의 승인 심사는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 이상 걸린다. 연평해전도 시나리오 제출 후 승인까지 4개월이 걸렸다. 이와 관련해 군 관계자는 “국방부에는 ‘애기섬 트라우마’가 있다”고 귀띔했다. 국방부는 2001년 여수·순천 사건을 다룬 영화 ‘애기섬’ 제작 과정에 헬기 등 군 장비를 지원했다가, 당시 한나라당으로부터 “군이 여순 사건의 실체를 왜곡하는 영화를 지원한다”는 비판을 받고 곤욕을 치렀다.
군이 영화 제작 지원에 대한 잣대를 엄격히 적용하다 보니 대작을 놓치는 일도 발생한다. 강제규 영화감독은 2002년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촬영에 앞서 국방부에 제작 지원을 요청했지만 국방부는 몇몇 장면이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당시 강 감독은 “국방부가 후회할 것”이라고 ‘뼈 있는 말’을 던졌다고 한다. ‘태극기 휘날리며’는 1000만 관객을 돌파했고 군 일각에서는 “최고의 군 홍보 기회를 놓쳤다”는 탄식이 나왔다.
군 당국은 영화가 드라마나 예능 프로보다 홍보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제작 지원 성공작은 ‘한반도’ 정도다. 지난해 공군이 적극 지원했던 ‘알투비:리턴투베이스’(2012년)는 흥행에 실패했다. 군 관계자는 “안보를 중시하는 군의 특성상 시나리오의 내용을 신중하게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 홍보 효과만 생각해 무차별적인 제작 지원을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바로잡습니다]
◇20일자 A2면 ‘軍, 영화 연평해전 지원사격 왜?’ 기사에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감독은 ‘강제규 감독’이기에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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