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뽀삐 맨바닥에 못재워”… 그마음 사로잡은 ‘애견침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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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해야 청춘이다]<12> 전세계 20개국 200여 매장, 애견가구 ‘루이독’ 백별아 대표

19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루이독 본사에서 백별아 대표가 자신의 강아지 로이, 루이와 포즈를 취했다. 백 대표는 “우리집 강아지들은 제품 테스트를 돕는 직원이나 다름없다”며 “애견이 진정 필요로 하는 제품을 개발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19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루이독 본사에서 백별아 대표가 자신의 강아지 로이, 루이와 포즈를 취했다. 백 대표는 “우리집 강아지들은 제품 테스트를 돕는 직원이나 다름없다”며 “애견이 진정 필요로 하는 제품을 개발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이거 어디서 샀어? 나도 하나 구해줘.”

2001년 4월 28세이던 루이독 백별아 대표의 집을 방문한 친구들이 창가에 놓여 있는 ‘강아지 소파’를 보고 외쳤다.

“이거? 우리 위니(강아지 이름)가 창밖을 내다보는 걸 좋아해서 편하게 보라고 생일 선물로 내가 만들어 준거야.”

친구들이 “나도 만들어 달라”고 앞다퉈 말하자 머릿속에 번갯불이 번뜩였다. ‘강아지 가구라면 세계 1등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의 꿈은 원래 세계적인 가구 디자이너였다. 미국 뉴욕에서 디자인 공부도 했다. 하지만 내로라하는 유명 디자이너들이 이미 지배하고 있는 시장에 들어가느니 시장 자체가 없다시피 한 애견 가구에 뛰어드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5개월이 지난 2001년 9월 애견 가구 및 패션 브랜드 루이독을 창업했다.

12년 뒤 루이독은 한국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브랜드가 됐다. 세계 20개국 200여 개 애견 매장에서 제품이 팔린다. 전체 매출의 70%가 해외에서 나온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영국 고급 백화점 해러즈에 2004년 입점해 9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현대백화점 서울 무역센터점도 삼고초려 끝에 지난달 루이독의 단독 매장을 유치했다.

○ 처음부터 세계 도전

창업을 결심한 순간부터 백 대표의 무모한 도전은 시작됐다.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이 목표였다. KOTRA와 미국무역협회에 꾸준히 e메일을 보내 애견 매장 리스트를 달라고 졸랐다. 백 대표는 “해외시장을 먼저 뚫어보자는 생각으로 영문으로 웹사이트를 만들고, 각국의 애견 매장 수백 곳에 e메일을 보냈다”며 “당시 애견 가구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미국과 유럽 바이어들이 큰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창업 직후 미국 로드아일랜드에 있는 ‘파크 애비뉴 퍼피’에서 상품을 진열해 보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첫 수출이었다.

강아지들이 정말 원하는 제품을 만들고 싶었다. 그는 “창업 후 1년 동안은 해외 애견 매장을 찾아가 서너 시간씩 죽치고 앉아 소비자들의 얘기를 들었다”며 “처음에는 오줌을 청소하기 쉽게 방수 소재로 침대를 만들었지만 오랫동안 관찰하다 보니 강아지도 사람처럼 솜과 푹신한 쿠션을 좋아한다는 것을 깨닫고 상품을 만들었더니 반응이 왔다”고 말했다.

제조사들은 백 대표의 요구를 황당하다고 생각했다. 애완견용 제품에 고급 캐시미어 같은 소재를 쓴다고 하니 놀란 것. 설득은 백 대표의 몫이었다. 강아지들을 관찰해 만든 운동용 계단과 침대 등이 세계적인 애견 매장에서 호평을 받았고 스웨덴과 미국 등 해외 언론에서 취재해 가기도 했다.

○ “100년 브랜드 꿈꾼다”

“유럽 사람들 눈에 중국산이나 한국산이나 똑같아요. 내가 왜 당신을 만나야 하죠?”

유럽 애견 시장은 컸지만 바이어들은 까다로웠다. 초기엔 10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 찾아가도 바쁘다며 퇴짜를 놓는 바이어도 많았다. 몇 번씩 찾아가 기다리다 보면 눈물이 났다. 배타적인 일본 시장을 뚫기 위해 목표 매장에 손님으로 가장해 방문하며 6개월 동안 공을 들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해러즈에서 루이독을 위한 별도의 섹션을 만들어주고, 해외 바이어들이 먼저 찾아와 입점 제의를 할 정도가 됐다.

직원이 25명으로 늘어나는 등 사업은 안정 궤도에 올랐지만 백 대표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 여러 브랜드가 모여 있는 편집매장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루이독만의 단독 매장을 내야 한다고 판단했다. 2011년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처음 단독 매장을 냈더니 고객 중 20%가 외국인 관광객이었다. 벤치마킹을 위해 해외 바이어들도 찾아왔다. 지난달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입점한 것도 소수 마니아가 아니라 더 많은 일반 고객과 만나보기 위한 시도였다. 유럽 단독 매장도 준비하고 있다.

백 대표는 “초기에 일본 회사에서 큰 규모의 주문자상표부착(OEM) 생산 제의를 해오기도 했지만 거절했다”며 “루이독을 ‘100년 브랜드’로 키우자는 꿈이 있기 때문에 돈 욕심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었다. 아직은 꿈을 향해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애견침대#루이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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