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이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를 통해 최소 1100억 원대 차명재산을 세탁한 구체적 단서를 검찰이 확보해 수사 중인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윤대진)는 이날 홍 대표를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2005년 1월부터 이뤄진 이 회장의 해외 미술품 거래 과정에서 CJ그룹 임직원 명의의 차명주식 형태로 숨겨져 있던 이 회장의 차명재산 세탁이 이뤄졌다는 의혹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이 회장이 해외 미술품 거래를 통해 1100억 원대 차명재산을 세탁했다는 의혹은 이번 수사에서 처음 드러났다. 지금까지 이 회장은 2001년부터 2007년 말까지 홍 대표를 통해 모두 141점에 1440억 원에 이르는 미술품 거래를 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정상 거래와 돈 세탁 거래는 가려진 적이 없었다.
검찰이 확보한 단서에는 이 회장이 2005년 1월부터 2007년 4월까지 홍 대표를 통해 모두 900억 원대 해외 명화와 조각품 가구 등을 사들인 명세가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4월까지 이 회장이 지불한 미술품 대금은 모두 750억 원이었고 미납 대금은 150억 원이었으며 추가로 200억 원어치를 더 사들이기로 홍 대표와 약속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회장 측은 주식 형태로 유지돼 오던 이 회장의 차명재산을 현금화한 뒤 미술품 대금으로 지불했고 홍 대표는 차명주식의 명의자와 미술품 구매 명의자를 일치시켜주는 방식으로 이 회장이 드러나는 것을 숨기고 차명재산 세탁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엔 당시 CJ그룹 재무2팀장이었던 이모 씨가 주도적으로 관여했다. 이 씨는 이 회장의 차명재산을 홍 대표 법인 계좌로 송금하면서 사지도 않은 그림을 산 것처럼 위장하는 수법도 사용했다고 한다. 특히 2006년 2월 미국의 대표적 미니멀리즘 조각가 도널드 저드의 32억 원짜리 조각품 ‘무제’를 구입하면서 이 수법을 처음 썼다고 한다. 당시 이 씨는 이미 세탁한 15억 원을 홍 대표 계좌로 송금하고 모자란 17억 원은 차명주식을 매각한 뒤 여러 차례 나눠 보냈다. 이 과정에서 실제로 산 작품은 저드의 작품 한 점이었지만 대금을 여러 번 나눠 지불하면서 여러 점의 미술품을 산 것처럼 위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 씨는 이 회장의 차명주식을 현금화한 뒤 이를 헌 수표로 바꾸거나 사채시장에서 채권을 구입하는 등 복잡한 세탁 수법을 쓰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금 지불에는 홍 대표의 두 아들이 운영하는 갤러리 법인 계좌도 이용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검찰은 이미 홍 대표와 아들들의 법인 계좌 명세를 모두 입수해 분석해 왔다.
검찰 수사 내용이 사실로 드러나면 홍 대표의 탈세액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홍 대표의 탈세액은 32억 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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