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 차 한잔]‘이해하고 내려 놓기’의 일묵 스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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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하고 내려놓기/일묵 스님 지음/296쪽·1만5000원/궁리
“어딜 가나 힐링 힐링… 아주 질려 잠시 고통 잊는 진통제 아닐까요”

“며칠 전 한 상가에 갔는데 ‘힐링’이라는 문구가 들어간 물건들이 여럿 보이더군요. 만병통치약이 따로 없어요.”

2003년 출가자의 수행 여정을 그린 KBS 다큐멘터리 ‘선객’의 주인공으로 화제를 모았던 일묵 스님(제따와나 선원장·사진). 이제 유행가 제목처럼 된 ‘힐링’이라는 단어에 질렸다면서 “그건 잠시 고통을 잊는 ‘진통제’에 가깝다”고 했다.

그러면 진통제 아닌 근본적 치유법은 무엇일까?

“자기 집 자랑처럼 들려 민망하지만 부처님은 시종 그 해답을 얘기하셨죠. 무엇 때문에 고(苦), 괴로움이 생기는지. 어떻게 하면 그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불교는 바로 마음을 닦는 마음공부죠.”

스님의 책은 부처가 깨달음을 얻은 뒤 다섯 비구에게 전했다는 정견(正見) 정사유(正思惟) 정어(正語) 정업(正業) 등 팔정도(八正道)를 다뤘다. 왜 팔정도가 ‘이해하고 내려놓는’ 마음공부의 핵심이 되는가를 알기 쉽게 풀이했다.

스님은 제따와나 선원을 찾는 20, 30대 젊은 수행자들과 나눈 대화를 통해 스스로를 귀하게 여기는 자존감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자신에 대해 ‘화’를 내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아무리 봐도 예쁜데 예쁘지 않다고 하고, 잘났는데 그렇지 않다고 하고, 허허. 장점이 아닌 약점만 보는 거죠. 마음의 평안은 비교의 우열이 아니라 자신과 타인을 모두 귀하게 여기는 데서 시작됩니다.”

스님은 1996년 서울대 수학과 박사과정을 밟다 출가했다. 수학을 전공으로 선택한 것은 진리를 찾기 위한 것이었다. 그 뒤 또 다른 진리를 찾기 위해 출가한 지도 17년이 흘렀다.

“수학이 무질서 속에서 질서를 찾는다는 점에서 불교와 비슷한 점이 있죠. 그러나 논리적으로 답이 나오는 수학과, 삶과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답을 찾아 나가야 하는 인생을 비교하기는 어렵죠.”

사회 현상과 접목해 불교를 더욱 쉽게 풀이한 책을 준비하고 있는 스님의 꿈은 제대로 된 프로그램을 갖춘 명상센터의 건립이다.

“틱낫한 스님의 플럼 빌리지나 미얀마의 파욱명상센터처럼 공동체 생활을 하며 자신들을 돌아볼 수 있는 수행공간이 필요합니다. 종교에 관계없이 지친 사람들이 며칠이라도 묵으면서 행복의 새로운 기준을 배울 수 있는 곳이죠.”

왜 출가했느냐는 질문은 질릴 만도 하다. 그래서 무례하지만 ‘출가 잘한 것 같으냐’고 물었다. “정말 잘했죠. 난 스님 생활이 맞아요. 같이 공부하던 친구들이 (내가) 출가할 때 ‘무슨 짓이냐’고 했는데 이제는 다들 부러워해요.(웃음)”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이해하고 내려놓기#일묵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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