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작계 5029’를 언급하며 “미 측이 만들어 가지고 우리한테 가는데…. 그거 지금 못한다, 이렇게 해서 없애버리지 않았느냐. 그래서 개념계획이라는 수준으로 타협을 해가지고 있는데 이제 그거 없어진 겁니다”라고 했다.
작계 5029는 북한 급변사태를 가정한 한미 군 당국의 대비계획으로,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작전계획으로 수립하려 했으나 당시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미군에 의해 한국의 주권이 침해당할 수 있다며 반대해 중단됐다. 현재는 북한의 급변사태 유형만 상정하고 군사적 대응 시나리오는 없는 개념계획에 머물러 있다. 북한은 작계 5029에 대해 “반민족적인 흡수통일 야망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해 언급하면서 “왜 미국 군대가 거기 가 있나. 인계철선 얘기하는데 미국이 인계철선이 되면 우린 자주권을 가질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 부분도 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은 2011년이 되면 전작권 전환이 이뤄진다고 하면서 “그래서 자꾸 이제 너희들 뭐 하냐, 이렇게만 보지 마시고요. 점진적으로 달라지고 있구나, 이렇게 보시면 달라지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고 돼 있다.
인계철선은 북한이 남침할 경우 미군의 자동개입을 보장하기 위해 미 지상군을 한강 이북에 전진 배치한 것을 말한다. 즉, 노 전 대통령은 미 2사단(주한미군)을 한강 이남으로 이전하는 계획을 언급하면서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해온 김정일에게 ‘한국이 북한의 주장처럼 주한미군 철수로 가고 있다’는 뜻으로 얘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 전 대통령이 “BDA는 미국의 실책이다. 부당하다는 것 알고 있다”고 얘기한 부분도 나온다. BDA는 마카오에 있는 방코델타아시아은행을 가리킨다. 2005년 미국은 BDA를 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한 뒤 북한의 자금 2500만 달러를 동결했다. 북한은 이에 반발하며 2005년 6자회담의 성과인 9·19공동성명 이행을 거부했다. 북한은 그 책임을 미국에 전가했다. BDA 자금 동결에 대해 “피가 마르는 것 같다”며 고통스러움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은 통치자금줄이 막히는 금융제재를 가장 두려워한다.
노 전 대통령은 “제일 큰 문제가 미국이다” “여론조사를 해 봤는데 제일 미운 나라가 어디냐고 했을 때 그중에 미국이 상당 숫자가 나온다”며 미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강조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이 일본인 납북자 문제에 대해 “일본 측 주장을 들어봤지만 잘 못 알아듣겠고요. 이상하다. 호주 사람이 쓴 아주 잘 분석된 책을 봐도 일본이 생트집 잡고 있다고 써놓은 책도 있고 한데…”라고 했다. 일본인 납북자의 존재를 믿기 어렵다는 식의 발언으로 일본 측의 외교적 반발을 부를 수도 있는 대목이다. 일본 정부는 1970, 80년대 북한에 납치된 17명의 존재를 공식 인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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