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前대통령이 김정일과 회담서 저버린 세가지 책임
헌법 수호자가… 사실상 영토선인 NLL을 “헌법문제 절대 아니다”
軍 통수권자가… “北측 입장 가지고 美와 싸워왔다” 핵개발 옹호
국가의 품격을… “뭘 더 얘기?” 하대하는 듯한 金에 회담 매달려
2007년 10월 3일 평양에서 열린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통상적인 ‘정상 간 회담(Summit)’으로 볼 수 있을까. 국가정보원이 공개한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문을 보면 동등한 지위를 가진 두 정상의 공식대화로 보기엔 낯 뜨거운 대목이 곳곳에 등장한다. 더 나아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국가와 헌법 수호 의무를 방기했다고 볼 수 있는 발언도 눈에 띈다.
우선 노 전 대통령은 ‘포기 발언’ 논란을 떠나 사실상 영토선으로 인식되고 있는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대해 “무슨 괴물처럼” “헌법 문제가 절대 아니다” “(건드리면) 시끄럽긴 시끄럽다”고 폄훼하고 있다. 서해평화협력지대 구상을 위해 김 위원장을 설득하려 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대통령의 언급으로 믿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김 위원장은 “(NLL을) 양측이 포기하는,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하는 첫 단계 기초단계로서 일차적으로 서해 북방·분계선 경계선을 쌍방이 다 포기하는 법률적인 이런 걸 하면 해상에서는 군대는 다 철수하고…”라며 줄기차게 NLL 무력화를 주장하고 있다.
군 통수권자인 노 전 대통령은 한반도와 주변 정세를 수년간 위협하고 있는 북한 핵 개발을 이해하고 옹호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북핵 6자회담과 관련해 “북측의 입장을 가지고 미국하고 싸워왔다”고 주장하는 식이다. 북한의 주장과 유사하게 미국을 ‘제국주의’로 규정하면서 “제일 큰 문제가 미국이다. 세계 인민들에게 반성도 하지 않았고 오늘날도 패권적 야망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특유의 거친 언사로 대한민국 대통령의 격을 추락시켰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김 위원장에 대해 “혁명적 결단” “승인해주셨다”고 치켜세우는 것을 넘어 마치 사업가가 공사 수주를 따기 위해 발주자에게 매달리는 듯한 장면도 보여준다. 보통의 정상회담이 상호 호혜의 원칙에 따라 글로벌 스탠더드하에 진행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노 전 대통령이 오전 회의를 마친 뒤 “질문이 많으니까 오후 시간을 잡아 주십시오”라고 부탁하자 김 위원장은 하대(下待)하듯 “뭘 더 얘기? 기본적 이야기 다 되지 않았어요”라고 퉁명스럽게 답변했다. 노 전 대통령이 “남측 방문은 언제 해주시렵니까”라며 답방을 요구하자 김 위원장은 “그건 원래 김대중 (전) 대통령하고 얘기했는데 앞으로 가는 경우에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수반으로 갈 수도 있다”며 아예 상대방의 격을 낮춰버리기도 했다.
고려대 북한학과 유호열 교수는 2차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남북 관계라는 특수 상황을 감안할 때 대통령 자격으로 할 발언이 아닌 게 꽤 있고 한마디로 격이 떨어지는 어법으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연세대 법대 교수를 지낸 허영 전 헌법재판연구원장은 “헌법은 대한민국의 주권이 미치는 영토로 간주된 부분을 사실상 포기하는 것까지 대통령 권한에 부여하지 않았다”며 “NLL과 관련해선 월권행위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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