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하얼빈역에” 시주석 “검토”
박정희 서거 한달전 기념관 성역화 추진 ‘민족정기 전당’ 마지막 휘호 내려 ‘각별’
박근혜 대통령은 28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오찬에서 일제의 조선 식민지화를 주도한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1909년 중국 하얼빈에서 저격한 안중근 의사 얘기를 꺼냈다.
“안 의사가 한중 양국 국민들이 공히 존경하는 역사적 인물인 만큼 의거 현장인 하얼빈역에 기념 표지석을 설치하는 문제와 과거사와 관련해 중국의 정부기록보존소 기록열람과 관련한 문제에 협조해 달라.”
시 주석은 이에 대한 이해를 표하고 관련 기관이 이를 잘 검토하도록 지시했다고 주철기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이 전했다. 박 대통령이 27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인문 분야 유대를 강조한 뒤 안 의사에 대한 추모와 과거사 기록 공유를 양국의 첫 과제로 제시한 셈이다.
박 대통령이 안 의사 문제에 적극적인 이유는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생전에 안 의사를 기리는 마음이 각별했던 점도 영향을 줬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은 안 의사 탄생 100주년이었던 1979년 9월 안중근의사기념관을 이순신 장군의 현충사처럼 성역화하려 했다. 그러나 다음 달인 10월 26일 저격당해 이 계획은 무산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 서거 5개월 만인 1980년 3월 안중근의사기념관에서 열린 안 의사 순국 70주기 추념식에 참석했다. 이 기념관의 기념석에 새겨진 ‘民族正氣(민족정기)의 殿堂(전당)’이라는 글은 박 전 대통령의 마지막 친필 휘호로 알려져 있다. 박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아버지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싸운 조상의 흔적을 잘 보존하는 것은 마땅히 후손들에 해야 할 일이라고 몇 번이나 말씀하셨다”고 썼다.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의 역사 왜곡 도발을 한국과 중국이 함께 비판하는 구도에서 안 의사 기념 표지석 설치에 한중 정상에 협력하기로 한 것은 외교적으로 일본을 상당히 압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안 의사는 일제강점기 한중 공동의 항일정신을 상징한다고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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