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의 1기 경제팀은 마주하고 있는 경제 환경이나 인력 구성 등의 면에서 2008년 이명박정부의 첫 경제팀과 매우 유사하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전광우 금융위원장으로 출범한 당시 경제팀은 한은 총재가 직전 정부(노무현 정부) 출신이라는 점이 지금 경제팀과 같다. 오랫동안 야인(野人) 생활을 한 경제관료가 화려하게 기재부 장관으로 복귀했다는 점도 비슷하다. 또 취임 첫해 경제상황이 매우 급박하게 돌아갔다는 점도 두 경제팀의 공통분모다.
그래서인지 현 경제팀이 안고 있는 문제점도 지난 정부 때와 비슷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강 전 장관과 이 전 총재는 금리인하 문제를 놓고 심각한 마찰을 빚으며 경제팀의 위기를 증폭시켰다. 기재부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를 공개적으로 압박한 것은 5년 뒤 정권이 재창출된 직후에도 그대로 재연됐다. 다만 이성태 전 총재는 시장과의 신뢰 부문에서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것이 다른 점이다.
강 전 장관과 현오석 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리더십 스타일도 크게 대비된다. 강 전 장관은 재임 시절 반대세력이 아무리 많아도 끝까지 자기 소신을 굽히지 않는 면모를 보였다. 아직까지도 민주당 등 야권의 공격을 받는 ‘고환율-저금리’ 정책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같은 강 전 장관의 리더십은 경제부처 선임 장관으로서 결단력이 있다는 평가도 받았지만 금융위기 국면에 부적절한 정책을 밀어붙였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최중경 당시 차관이 대리 경질되는 등 부작용도 만만찮았다.
이에 비해 현 부총리는 최대한 자기 목소리를 낮추고 부처 간 협업과 의견수렴에 집중하는 스타일이다. 그의 이런 캐릭터는 짧은 시간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는 데 도움을 주긴 했지만 내놓는 정책의 무게나 실효성은 이전 장관들에 비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전문가는 “현 부총리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가 전혀 나아지지 않을 경우 조기 교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윤증현 기재부 장관-이성태 한은 총재-진동수 금융위원장’ 체제로 2009년 2월 출범한 이명박정부 2기 경제팀은 직전 경제팀이나 현 경제팀에 비해 통솔력과 의견 조율, 신뢰 등의 면에서 두루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 다만 경제위기의 성공적 극복과 관리에는 성공한 반면에 향후 한국 경제가 나아가야 할 미래비전을 제시하고 이에 대비하는 것에는 취약했다는 지적이 있다. 투자개방형 병원 도입을 비롯한 서비스 산업 규제완화를 추진하면서 보건복지부 등 다른 부처를 설득하지 못한 점도 아쉬웠던 점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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