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권리 봉쇄당한 국민들
경찰 통보전까진 제품 계속 유통
외국선 민간단체가 자발적 회수 운동
불량식품 만든 업체는 대부분 도산
연일 보도되는 불량식품 적발 기사로 국민의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지만 불량식품 단속을 맡은 사법당국과 식품의약품안전처, 지방자치단체 간의 협조체제는 허술한 상황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사법당국이 불량식품을 적발해도 수사기밀 유지를 이유로 관련 혐의가 확정될 때까지 지자체와 식약처에 통보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사법당국이 수사를 끝낼 때까지 지자체 등이 해당 제품을 조기 회수하지 못해 국민이 계속 먹을 수밖에 없다. 이번 맛가루 건처럼 크게 보도돼 대형마트에서 자체적으로 회수하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는 한 시중에서 해당 불량식품이 계속 판매된다. 수사가 종결돼야만 비로소 지자체가 회수 작업에 들어간다.
올해 5월 경찰청장과 식약처장이 부정불량식품 등의 근절을 위한 상호협력협약서를 체결해 불량식품이 적발됐을 때 빠른 회수 및 폐기를 위한 공동 노력 전선을 구축했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만약 ‘사료 맛가루’ 파동이 다른 나라에서 일어났다면 어땠을까.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소비자나 시민단체가 자발적으로 회수 운동을 벌인다”고 밝혔다. 한 번 불량식품을 만든 업체는 대부분 도산하고 업체 대표도 실형을 받는 사례가 많다. 햄버거를 만드는 미국 허드슨사는 1997년 제품에서 병원성 대장균이 발견돼 1100만 kg의 제품을 리콜하면서 회사가 파산했다. 일본은 2008년 오염된 쌀이 유통됐을 때 관계부처 장관이 사퇴했다. 중국은 지난해부터 식품 관련 범죄에 대해 법정 최고형을 사형으로 정하는 법 개정을 했다.
새누리당은 지난달 “불량식품을 만들거나 팔다 적발되면 해당 업체에 매출액의 4∼10배에 이르는 과징금을 부과하고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는 형량 하한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법안이 언제 국회를 통과해 실행될지는 기약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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