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생전 실형을 받은 긴급조치 9호 위반에 대해 36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판사 이규진)는 3일 김 전 대통령 등 15명에 대한 재심 공판에서 피고인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재심에서는 고 윤보선 전 대통령, 함석헌 선생, 정일형 전 의원, 이태영 변호사, 문익환 목사 등 이미 고인이 된 9명과 함세웅 신부(71), 문정현 신부(73) 등 6명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긴급조치 9호는 말씀드리기 부끄러울 정도로 문제가 많았다”며 “재심 판결에 사법부의 깊은 사죄와 존경의 뜻이 담겨 있음을 알아 달라”고 밝혔다. 이어서 “피고인들의 인권을 위한 헌신과 고통이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의 기틀이 됐다”며 “어떤 말이나 행동으로도 보상과 위로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법정에는 김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와 문 목사의 아들 문성근 전 민주당 대표권한대행, 정일형 전 의원의 아들 정대철 민주당 상임고문 등 유족들이 재심청구인 자격으로 나와 재판을 지켜봤다. 이날 휠체어를 타고 법원에 나온 이 여사는 선고 직후 “대단히 기쁘다. 재판부가 바르게 판단해 모든 사람들이 죄 없이 수감되는 일은 없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 등은 1976년 2월 “우리나라는 1인 독재로 자유 민주주의와 삼권분립 제도가 말살됐다”는 민주구국선언문을 작성해 그해 3월 명동성당 미사에서 선언문을 낭독한 혐의로 징역 5년의 실형과 함께 자격정지 5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형이 확정된 피고인의 유족들과 일부 생존 인사는 2011년 10월 재심을 청구했고, 서울고법은 올 5월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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