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여왕’ 김연아, ‘골프 여제’ 박인비, ‘체조 요정’ 손연재 선수의 공통점이 있다. 유니폼에 KB금융그룹의 로고가 새겨져 있고, KB금융이 후원을 한 후 정상에 올랐다는 점이다.
이들이 챔피언이 되기 전 ‘싹’을 알아보고 KB금융의 후원 선수로 만든 이가 있다. 국민카드에 입사해 2001년부터 13년째 스포츠마케팅을 맡고 있는 김진영 KB금융지주 광고팀장(44·사진)이다. KB금융그룹은 일찍 발굴한 기대주가 세계적 스타로 떠오르면서 엄청난 홍보 효과를 얻고 있다. 발굴 당시 비교적 적은 돈으로 독점 스폰서 계약을 한 것은 물론이다.
김 팀장에게 ‘비결’을 물었더니 그는 ‘원칙’을 얘기했다.
“제가 보는 기준의 1순위는 실력, 2순위는 인성입니다. 외모나 인기 같은 상품성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요. 실력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검증합니다. 저는 성실성, 희생정신, 나눔의 자세, 정신력 같은 인성 부분을 철저히 관찰하죠.”
그는 선수들의 인성을 파악하기 위해 본인, 동료, 감독, 코치는 물론이고 가족도 인터뷰한다. 스포츠 선수는 아니지만 탤런트 이승기 씨를 광고모델로 기용할 때는 본인이 직접 이 씨의 팬클럽에 가입해 3개월 넘게 활동하면서 이 씨의 됨됨이를 관찰했다.
새로운 골프 역사를 쓰게 된 박인비 선수와의 첫 만남은 지난해 12월 KB금융컵 한일여자프로골프국가대항전 때였다. 경기 내내 차분하고 안정감 있는 플레이가 돋보였다. 그때만 해도 그에게 메인 스폰서가 없다는 사실을 몰랐다. 경기 후 기사를 읽으며 그가 2010년 이후 메인 스폰서가 없다는 소식을 접하고 바로 후원 계약에 나섰다.
“실력, 인성 면에서 인비는 최고예요. 망설일 이유가 없었죠. 경영진에서도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였어요.”
박 선수는 최근 우승한 US여자오픈에서 홀과 홀 사이를 이동할 때마다 KB금융그룹 로고가 박힌 노란 우산을 펴고 또 펴서 김 팀장을 감동시켰다.
“기업이 선수를 후원할 때 홍보 효과만 누리려고 하는지, 아니면 정말 선수를 믿고 아끼는지는 선수 자신이 가장 잘 압니다. 속 깊은 인비가 제 마음을 알아줘서 정말 고맙죠.”
KB금융그룹은 비인기 종목인 컬링대표팀을 후원하고 있다. 김 팀장이 경영진에 제안해서 하게 된 스폰서 계약이다. 여느 때처럼 뉴스를 읽던 중, 컬링대표팀이 후원해 주는 곳이 없어 열악한 환경에서 훈련을 받는다는 기사를 접했다.
그는 “컬링은 ‘빙상 위의 체스’라고 불릴 정도로 전략이 필요한 종목이어서 금융과도 궁합이 잘 맞는 편”이라며 “동양인이 신체적으로 불리한 점도 적고 섬세함이 요구되는 종목이어서 해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KB금융의 후원이 결정되고 난 후 컬링 국가대표팀은 세계선수권 4강에 진출하며 2014년 소치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그는 스포츠마케팅 업무를 10년 넘게 해오면서 이 분야야말로 사회공헌 측면에서 접근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2001년에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 광고모델로 기용한 이가 박찬호 선수였어요. 당대 최고의 선수였는데 기대한 만큼 효과가 없었어요. 그때 배운 게 스타에 기대면 선수의 성적이나 인기, 부상에 휘둘리게 된다는 거였어요. 하지만 비인기 종목이나 유망주에 투자하면 그런 걱정은 사라지죠.”
박인비 선수가 우승한 날, 누구보다 기뻤지만 혹시나 방해가 될까 봐 ‘축하한다’는 간단한 문자메시지만 넣었다.
“선수들과의 만남은 계약 관계가 아니라 소중한 인연이라고 생각해요. 그들이 만들어가는 성공 스토리에 KB금융의 이미지를 넣을 수 있어 이 일이 참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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